60대 방문요양보호사 ㄱ씨는 딸과 단둘이 산다. 코로나19는 이들의 집을 “답답하고 사람이 미치는” 공간으로 바꿔놨다. 지난해 7월 딸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재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딸의 실업 상태는 길어졌다.
불운은 엄마 ㄱ씨에게도 덮쳤다. 평소 ㄱ씨는 한 집당 3시간씩 두 집을 방문해 어르신을 돌봤는데, 2월 말 한 집에서 “감염 우려가 있으니 오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상시 월 130만원이던 소득은 반토막이 됐다.
그러나 소득을 제외한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집 보증금 6500만원에 대한 대출 이자로 20만원을 내고, 월세 30만원도 내야 한다. 딸과 자신의 앞으로 들어둔 각종 보험료도 도합 50만원에 가깝다. 두 식구의 휴대전화 요금 등 기타 고정비와 식비·생활비를 합치면 현재의 소득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 서지 않는다.
더 암담한 것은 ㄱ씨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음에도 정부 대책은 딴 세상 얘기라는 점이다. 방문요양보호사는 대부분 센터와 근로계약을 맺고, 가정집을 방문해 노무를 제공한다.
ㄱ씨처럼 2건 중 1건의 일이 끊긴 경우 부분휴업에 대한 휴업수당(평상시 임금의 70%)을 사업주에게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는 “2건이 모두 중단된 것이 아니니 해당 사항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결국 취업을 준비 중인 딸이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직업훈련생계비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코로나19를 벗어나도 모녀가 갚아 나가야 할 또 다른 빚이 생긴 것이다.
서울 소재 요양보호사의 20%가량이 ㄱ씨처럼 갑작스러운 ‘일 중단’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이 중단된 요양보호사는 정부 대책의 사각지대에서 소득이 반토막 나거나, 소득을 완전히 잃었다.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는 지난달 23일부터 5일간 요양보호사 쉼터 등에서 종사자 34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응답자의 94%는 여성이었고, 50~60대(82.5%)였다. 재가·방문요양보호사의 비중이 89.9%로 대다수였다.
응답자의 20.7%(714명)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이 중단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일 모두가 중단됐다’는 답은 20.6%였고, ‘일 일부가 중단됐다’는 답은 75.5%였다. 중단 기간은 한 달 이상이 43.8%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일 중단 이후 취해진 조치는 사실상 없었다. 70.6%는 무급으로 대기했다. 3.2%는 자발적 퇴사를 강요받았고, 2.7%는 일방 해고됐다.
정부가 휴업수당의 최고 90%까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있지만 고용주인 센터 대다수는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보호자의 요양보호사 교체 및 서비스 중단 요구가 발생할 수 있어 고용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고용보험도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다. 일단 65세 이상이라는 이유로, 주 15시간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용보험에서 배제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고용보험 가입자라도 일 일부가 중단된 요양보호사는 현 제도가 부분 실업을 인정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고, 일 모두가 중단된 요양보호사도 센터와의 고용관계는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받을 수 없었다. 서울시가 무급휴직·노동자 등에게 두달 간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사업주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하는 난점이 있다.
최경숙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장은 “돌봄을 책임지는 고밀착·저임금 노동자로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정부 대책에 이들의 노동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였다”며 “5일 이상 휴직자 발생 시 사전 고용유지 조치 없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 요건이 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