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6.4%에 이어 올해 10.9%(누적상승률 29.0%)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전국 노인요양병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모친을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시키고 있는 김모(57·부산 동래구) 씨는 “매달 간병비를 포함, 80만 원을 내고 있는데 병원 측으로부터 이번 달부터 처음으로 요양병원비가 인상된다는 통보를 받아 빠듯한 살림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은 의료·병실비 등 본인 부담금을 뺀 순수 간병비 90만 원을 105만 원으로 15만 원이나 올린다고 최근 환자 가족들에게 통보했다.
7일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1450개 병원에 입원 중인 노인환자 28만여 명(병상)의 병원비가 대부분 이번 달부터 5만~15만 원씩 오른다. 병원들은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간병비 등을 자체부담으로 버텨왔으나 더 이상은 견디기 어려워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체 요양병원비 중에서 간병비는 50~70%가량을 차지하지만 보험수가가 적용되지 않는다.
간병비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간병인, 간호조무사, 식당조리원, 청소부, 운전기사 등의 인건비 인상과 직결된다. 부산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무려 30%나 올라 일부 부담을 떠안더라도 10만 원가량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직원도 20명을 줄여야 해 일자리 창출을 표방하는 정부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병원비를 올리지 못해 간병인을 줄이게 되면 서비스가 저하돼 결국 환자와 가족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 창원의 한 요양병원은 당장 이번 달부터 직원들에게 20만 원씩의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다른 병원들처럼 병원비를 할인하며 환자를 유치했으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할인은커녕 간병인까지 줄이고 있는 곳이 많다”며 “간병인 1명이 환자 6명을 돌보던 것을 지금은 훨씬 많이 담당하거나 야간에 간병인을 두지 않는 곳도 있어 서비스가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요양병원 병상 1m 이격거리 유지와 기저귀값(의료폐기물) 2배 인상 등도 병원비 인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환자 병상을 1m 이상 이격하도록 규제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환자를 10~20%가량 내보내야 한다.
이필순 노인요양병원협회장은 “간병비를 의료수가에 포함시키지 않아 환자들이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고, 요양병원은 소규모 사업자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지원도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