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과 고령화가 겹치면 심각해지는 사회 문제가 '노인 자살'이다. 한국은 최근 20년간 전체 자살자가 2.7배 늘어나는 동안 60세 이상 자살자는 5.6배 증가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전체 자살과 노인 자살이 다 같이 큰 폭으로 늘었다.
불황 때 자살이 급증한 것 자체는 일본도 비슷하지만 일본은 우리와 달리 전체 자살 건수도, 노인 자살 건수도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1995년에는 일본 전역에서 2만2445명이 자살하고 그중 7739명이 60세 이상이었다. 20년 뒤인 2015년에도 자살자는 2만4025명, 60세 이상은 9883명으로 각각 약 2000명 늘어난 정도다.
전문가들은 "일본도 1998년 연간 자살 건수가 3만명을 넘어선 뒤, 전체 연령대와 60세 이상 자살이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던 시기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처럼 노인 빈곤 격차가 심하지 않은 데다 2006년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자살 예방 정책을 펼치기 시작해 그 뒤 차차 장기 불황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추세다.
정진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은 보통 10대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인데 한·일은 노인 자살이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이 단순히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먹고살기가 나아져서 자살률이 줄었다고 보는 건 단견"이라면서 "그보다는 자살이 사회문제가 된뒤 그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고 했다. 일본은 연 3000억원을 투입해 다양한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우리는 연간 90억원이 고작이고 그나마 대부분 인건비로 나가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고 보급할 여력이 부족하다. 또 일본은 일찍부터 연금과 요양보험을 정비했지만, 우리는 그런 장치 없이 덜컥 고령화와 불황을 같이 겪게 됐다는 점도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