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급제·명찰형녹음기·장기근속장려금 추진
처우 개선 노력하지만···급여 문제는 '먼 산'
"임금 가이드라인 마련이 진정한 처우개선"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A 노인요양시설에서 10년을 일한 요양보호사 박영미(여·66·가명) 씨는 2024년 10월부터 도입되는 요양보호사 승급제를 통해 '팀장급 요양보호사'로 승진한다.
박 씨는 "요양시설에서 10년 일했어요. 나름 어르신 돌보는 노하우도 생기고 열심히 일 했다고 생각한다. 2024년엔 팀장급 요양보호사로 승진하는데, 그간 열심히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24년부터 정부는 요양보호사 승급제와 장기근속장려금 완화 정책, 명찰형 녹음기 도입을 통한 요양보호사 학대 예방 및 처우개선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을 계획이다.
키워드 1 '승급제' 달라지는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정책 중 '승급제'가 눈에 띈다. 여성경제신문이 지난 11월 3일 보도한 '[단독] 내년 10월 요양보호사 '승급제' 시행··· 수당 15만원 더 받는다'를 보면 2024년 10월부턴 최소 5년 이상 근무한 요양보호사 중 1명을 꼽아 '팀장급 요양보호사'로 지정할 수 있다.
선임 요양보호사는 자격요건을 갖춘 자에 대해 시설 내에서 별도 심사 후 지정할 수 있다. 선임 요양보호사로 분류된 인원은 매월 15만원의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입소자 인원 50인 기준 선임 요양보호사는 총 2명까지 인정된다. 입소자가 25인 초과할 때마다 선임 요양보호사는 1명씩 추가할 수 있다. 현장에선 '경력 있는 유능한 돌봄 종사자의 현장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방문 요양보호사도 승급제가 동일 적용될 예정이다. 2023년 제5차 장기요양위원회에 따르면 주야간보호·단기보호 등 입소형 재가서비스 기관에도 승급제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025년부터는 기관을 옮기더라도 근무 경력을 인정해 선임 요양보호사로 지정, 승급제 적용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요양보호사 승급제를 두고 기존에 없던 '중간 관리자'가 생긴다고 본 전문가들은 '시설 관리자와 요양보호사 간 직접적인 처우개선 요구를 위한 소통창구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요양보호사와 입소자 간 불미스러운 사고를 막기 위해 명찰형 녹음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요양보호사가 성희롱이나 폭언 등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내년부터 방문요양보호사에 명찰형 녹음기기를 보급한다. 현재 경기도서 시범사업 중으로 내년엔 전국으로 확대한다. 또 수급자의 문제행동이 지속할 경우 요양보호사를 2인 1조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피해자 유급휴가제도 시범 운영한다.
요양시설 입소자를 돌볼때 신체 부담이 높은 요양보호사들이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게 전동침대 등 돌봄기술이 적용된 물품 보급도 지원한다. 내년부터 기관에 지원하는 기능보강비를 확대하고, 기관 평가 시에도 종사자 질환 예방 노력에 따라 기관 평가 시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다.
키워드 3 '장기근속장려금'
기관에서 3년 이상 근속 시 지급하는 '장기근속장려금' 기준도 완화하고, 섬·벽지 요양시설 근무자에게는 별도 인센티브 지급도 검토한다.
앞서 복지부는 요양보호사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2013년 처우개선비를 도입했다가 2017년부터 '장기근속장려금'으로 변경해 지급하고 있다. 단 현행법에 따르면 장기근속장려금을 받기 위해선 요양보호사가 동일기관 소속으로 근무를 해야 한다. 한 기관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 6만원, 5년 이상은 8만원, 7년 이상은 10만원을 보험재정에서 매월 지급한다.
정부는 요양보호사를 늘리기 위해 내년부터 현행 장기근속장려금 지급 기준 개선과 도서·벽지 인력 대상 지원, 인센티브 지급 등 처우 개선 마련을 위한 연구를 하기로 했다. 요양보호사 장기근속을 유도해 숙련도 높은 인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요양보호사 임금 가이드라인 마련은 언제쯤?
이처럼 내년부터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 시작했지만, 이들에 대한 '임금가이드라인' 마련책은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여성경제신문은 올해 [요양보호사의 늪] 시리즈를 통해 정부가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과 함께 임금가이드라인을 대책 없이 폐지한 것이 결국 요양보호사를 노동사각지대로 몰아낸 과정을 추적했다.
임금가이드라인은 호봉에 따른 기본급 수령이 가능하도록 한 노동자 보호 최소 장치다. 하지만 이런 장치 없이 정부가 언제든지 줬다 뺏을 수 있는 누더기 가산금 체계가 요양보호사의 근로 환경을 열악하게 만든 제도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급여비를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운영자와 관리자를 거쳐야 하는 제도로 인한 법인의 임직원(원장과 사무국장 등)과 생활지도원(현장 요양보호사)의 임금 상승률 차이도 드러났다. 정부가 야심차게 만든 제도가 양극화를 부추기는 실정이었던 것.
월급제와 시급제로 나뉘는 요양보호사의 평균월급은 국공립요양원 소속 직원의 경우 220만원대, 민간 요양원 직원은 200만원대로 파악된다.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2023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약9620원인 점을 고려하면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대부분의 요양사가 최저시급을 받는 처지인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또 재가보다는 다소 사정이 나은 것으로 알려진 일반 법인(시설) 소속 요양보호사 역시 4대 보험료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이들의 근로계약서에는 '제 수당, 퇴직금 없음'이란 문구가 포함돼 있거나 '휴일근무, 가산임금'도 명시되지 않고 있다. 문자 그대로 '공짜 야근'의 천국이 된 셈이다.
복지부는 임금가이드라인 마련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이다. 이에 더해 장기요양 5등급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인지활동 방문요양을 할 때 지급되던 가산임금마저 지난해부터 폐지했다. 인지활동 방문요양 가산금은 2014년 7월부터 치매 5등급이 마련되면서 1~4등급에 비해 불리한 급여인정시간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신설된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제도가 폐지되면서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지금까지 5등급 환자의 집에서 주 3회 이상 120분 이상 근무할 때 받던 1일당 5760원의 가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별도의 치매전문 교육을 받은 방문요양보호사가 한달에 20일 간 서비스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가산금은 약 11만 5200원. 대부분이 최저 시급에 준하는 급여, 월평균 80만원을 버는 것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금액이다. 결국 요양보호사의 최후의 마지노선은 근로기준법이 됐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최저임금만을 보장받으면서 휴일 근무 가산금을 받아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오늘날의 요양보호사다.
제도 시행 15년째 열악한 근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건보공단 등 관련 기관들의 무관심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여기에 더해 원장과 생활보호사 가릴 것 없이 전체적으로 박봉에 시달리는 요양원 종사자들 내부에서도 임금 상승률이 엇갈렸다.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의 노인장기 요양보험 지불보상체계 연구를 보면, 장기요양 종사자 중 원장과 사무국장의 임금이 2008년 대비 2021년에 크게 상향됐다. 2008년에 각각 122.7만 원과 104.9만원이던 것이 2021년에는 304.8만원, 285.0만원으로 각각 2.5배와 2.7배 인상됐다. 반면에 생활지도원(2008년 당시 요양보호사)은 91만원에서 211.4만 원으로 2.3배 인상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도 장기요양기관 종사자가 최저임금에 시달리는 이유를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임정빈 교수는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기본금 인상을 추진해야 하고, 신규 인력 유입과 이직 감소를 위해 임금 인상과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임금 가이드라인을 요양보호사에게도 적용해야 이들을 위한 진정한 처우개선 정책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이 11월 27일 개최한 '[현장] '초고령사회 마지막 방파제'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남현주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남현주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직업은 60세가 되면 정년퇴직하는 데 반해 요양보호사는 나이가 많을수록 이탈률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나이가 많은 요양보호사에게) 적합한 업무 강도와 필요 기술에 관한 과학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남 교수는 "요양보호사 임금 체계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운 상황을 지적하며 "수가는 올리되 (그러면) 건강보험료가 더 필요해질 테니 국민을 잘 설득하고 납득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