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복지부는 2023년도 노인일자리 사업 예산을 발표하면서 ‘공익형 노인일자리’를 6만개 이상 줄이는 반면 ‘시장형 일자리’와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3만8000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질 낮은 일자리라는 비판을 받아 온 단순 노무형 일자리를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새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매년 공익형 일자리 수를 늘려오던 노인일자리 정책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공익형 노인일자리’는 주 3회 쓰레기 줍기, 거리청소 등 단순 노무를 하는 노인일자리의 한 유형으로 대부분 70세 이상 고령의 어르신들이 참여한다. 어르신들에게 지급되는 한 달에 27만원의 수당은 경제사정이 어려운 저소득 어르신들에게는 기초연금과 함께 참으로 유용한 생활비가 된다. ‘사회적 일자리’나 ‘시장형 일자리’는 그 특성상 건강하고 학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어르신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공익형 일자리 참여 어르신들보다 젊고 사회적 관계도 좋고 경제력도 있는 편이다. 반면 ‘공익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고령으로 대부분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분들이 많다. 2023년 공익형 일자리 수의 감소로 이들이 현재 참여하고 있는 노인일자리에서 탈락된다면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질 뿐 아니라 사회와도 단절되어 복지사각지대로 떨어질 위험성이 크다. 노인일자리는 이들 취약계층 노인들에게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 역할도 해주고 있다. 노인들은 일자리 참여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동료와의 교류를 통하여 우울과 외로움을 극복 할 수 있게 된다.
‘일을 통한 복지’는 빈곤·취약 계층이 근로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현금성 지원 보다는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하여 스스로 근로소득을 얻도록 하는 것으로 복지의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노일일자리는 일자리이기 이전에 노인을 위한 복지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경제적으로 빈곤에 놓인 저소득 독거노인을 위한 복지사업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국가 중 1위이며 OECD 국가의 평균보다 3배 이상 높다. 더불어 우리나라 노인들은 소득의 50% 이상을 근로소득으로 채우고 있다. 이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회적 자금, 공적연금, 복지급여 등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노인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OECD의 한국경제보고서 브리핑에서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굉장히 놀라운 수치다. OECD 국가 중에 예외적으로 높은 수치로 보인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연금 급여액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금급여, 복지급여를 적절하게 높이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급속하게 노령화되어가는 대한민국에서 노인들의 절반이 빈곤하다면 이로 인한 사회문제는 물론 복지사각지대는 계속 발생할 것이고 노인 자살과 고독사 문제는 더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노인빈곤 문제는 반드시 서둘러서 해결해야할 사회적 과제이다. 노인문제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미래의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