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치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기억력 저하다. 실제 치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저하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다른 인지력 저하까지 동반되면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질환으로 평소 혼자서도 잘하던 전화 걸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씻기 등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국내 치매환자 100만 명 시대… 2050년엔 서울인구 절반까지 확대= 국내 치매 환자는 올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는 지난 5월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2’에서 올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 중 추정치매환자가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 2030년 142만 명, 2040년 226만 명에 이어 2050년 315만 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추정치매환자는 숨겨진 숫자까지 추계한 개념이다. 통계청이 2050년 서울 인구를 792만 명, 전라북도 인구를 149만 명, 전라남도 인구를 152만 명으로 각각 추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2050년 국내 치매 인구는 서울 인구의 절반, 전북과 전남 인구를 합친 인구를 넘어서게 된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11%다. 즉 65세 이상 9명 중 1명은 치매라는 얘기다. 송인욱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환자는 뇌에 특정한 독성 단백질(아밀로이드)이 쌓이거나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겨 뇌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기억력 저하 등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상행동이나 시공간 장애, 망상, 환시 같은 환각, 공격적인 행동 등이 동반될 수 있다”며 “일부 연구에서는 80대 중반 이상의 절반 정도는 치매 진단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매년 9월 21일은 ‘치매극복의 날’이다. 이날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가 가족과 사회에 치매환자 돌봄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만든 기념일이다.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추석은 부모님과 가까운 어르신의 건강을 살피는 기회로 삼아보자.
◇각 진단 따라 약물선택·치료 달라, 빠른 진단과 약물치료 중요= 치매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치매의 진단은 MRI(자기공명영상) 등 영상이 아닌, 신경인지검사를 통해 인지 저하를 객관화해 진행되는데 조직검사 상 신경섬유반 또는 아밀로이드 반응이 발견돼야 확진된다. 현재까지는 임상적 추정진단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영상 검사의 발전으로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를 통해 베타아밀로이드의 뇌 내 침착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혈관성 치매는 뇌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뇌졸중 발생 시 갑자기 발생하는 전략적 혈관성 치매와, 다발성 뇌허혈성병변 등으로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로 나뉜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에 대한 위험인자 등 관리와 초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치는 어렵지만 더 이상의 악화는 막을 수 있다.
신경퇴행성질환 중 두 번째로 많은 파킨슨병과 동반되는 치매는 파킨슨병 환자의 약 40%에서 발생한다. 파킨슨병에 동반된 치매는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초기 증상으로 성격 변화, 환시, 환각 등 이상행동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양상의 루이소체 치매도 있다. 루이소체 치매는 서양에서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많은 치매로 파킨슨 증상이 발현되기 이전 또는 1년 이내에 인지력 저하가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환시, 파킨슨 증상과 함께 증상이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는 심한 변동 증상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된 양상을 보이게 된다. 송인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각각의 진단에 따라 약물 선택이나 전반적인 치료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적절한 약물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의미로 치매는 아니지만 뇌염이나 수두증, 뇌병증, 약물 등으로 발생하는 인지력 저하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 완화뿐 아니라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연구 통한 치매극복 노력 활발… 예방 위해선 수면·식생활 규칙적으로= 아쉽게도 아직까지 치매에 대한 치료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약간 늦추거나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것뿐, 그 어느 것도 알츠하이머병 자체를 치료할 수 있도록 고안되고 만들어진 치료제는 없다.
그러나 최근 아밀로이드 베타(Aβ) 축적을 저해하는 기전의 항체신약으로 2021년 FDA(미국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아두카누맙을 비롯해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등이 출시됐다. 다만 이들 약제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비용적인 문제 등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또한 약물치료 외에 경두개전기자극술(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집속저강도초음파자극치료(focused low-intensity ultrasound stimulation), 경두개자기장자극치료(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등 비침습성 뇌자극치료가 실제 치매 등 신경퇴행성질환의 치료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유전적 인자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알츠하이머병 가족력을 가진 대표적 유전자는 프레시닐린(Preseniline) 1과 프레시닐린 2, 아밀로이드 유전자 등 3가지다. 이들 유전자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 현재 다양한 연구에서 이들 유전자의 여러 가지 돌연변이 형태가 밝혀지고 있다. 아밀로이드 유전자에서는 5가지의 돌연변이 형태가 발견됐고, 프레시닐린 유전자에서는 30가지 이상의 돌연변이 형태가 밝혀졌다.
송인욱 교수는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유전 기전을 규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유전적 발견은 그 유전자의 병리학적 관점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치매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면과 식생활을 포함한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혼자 지내는 시간을 줄이고 외부와 어울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이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노력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인천/박추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