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먹고 자고 수행하면서 궂은 일도 하겠다”며 인연있는 사찰과 스님들에게 노크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찰에 거주하면서 이른바 처사나 거사로 살고싶다는 뜻이다. 임금에 해당하는 월보시가 많지 않아도 상관없다. 대부분 월급쟁이로 살다 퇴직한 가장이나 은퇴자들인 이들은 ‘능력있는 거사’가 되려고 자동차 정비자격이나 대형 면허증을 따놓기도 한다. 능력을 갖췄다 해도 사찰에 ‘취직’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예 늦깎이 출가를 선망하는 은퇴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이 추진하고 있는 ‘은퇴자 출가제도’ 역시 ‘100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나온 대안책이다. 50~60세를 즈음해 직장생활을 마감한 이들이 나머지 삶이라고 하기엔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까.
대기업 임원을 하고 퇴직한 한 남성 이야기다. 은퇴가 다가오자 그는 아내에게 갑자기 미안해졌다. 30여년 동안 오로지 회사일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컸는지 기억조차 없다. 그는 은퇴하면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어떻게든 갚으리라 생각했다. 드디어 은퇴했다. 많이 서운했지만 직장인으로서는 매우 모범적인 삶이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이제 아내에게만 잘하면 된다.
은퇴하자마자 아내와 크루즈 여행을 떠났다. 신혼여행 이후로 처음인 아내와의 여행은 너무나 즐거웠다. 아내와의 골프도 즐겼다. 아무리 쳐도 늘지않는 아내의 골프실력이지만 뒤에서 죽어라 “나이샷”을 외쳤다. 백화점에도 함께 가주었다. 화장실에 간 아내의 가방을 들고 기다리기도 했다. 비슷한 자세로 기다리는 남자들과 웃으며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런 쪽팔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