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요양 병상, OECD 국가와 비교해 7배 많아 광주 전남 지역 요양병원 최근 5년새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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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은 지난 1994년 노인들을 위한 요양병원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와 노인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를 우려한 정부에 의해 도입됐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인력 기준이 다른 병원 군(群)에 비해 낮아 2000년대 들어 우후죽순격으로 급증했다. 보건의료실태조사(2011년~2016년)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이 이 기간에 평균 1.9% 증가한 반면 3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은 31.5%나 증가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전체 병상 수는 67만 1,868병상으로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3병상을 기록했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4.7병상과 비교해 2.8배 높은 수치다.
병상 유형을 보면 일반병상 31만 3,947병상, 요양병상 25만 4,803병상, 정신병상 7만 7,384병상, 재활병상 1만 198병상 순이다. 요양병상만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4.9병상이다. 이를 OECD 국가 평균(0.7병상)과 비교해 보면 무려 7배나 많은 수치다.
최근 들어 요양병원과 요양병상 증가 폭은 더 커졌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데다 암 등 성인질환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요양병원의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지난 2013년도 1208개소였던 요양병원은 올해 7월 말 기준 1483개소로 23% 증가했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의 증가 폭이 컸다. 광주전남의 요양병원은 지난 2013년도 96개소에서 올해 7월 말 기준 138개소로 무려 44%나 증가했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처럼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격으로 급증하면서 요양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병원 운영비를 맞추기 위해 환자를 유인하는 브로커가 판을 치고 불필요한 입원환자가 양산되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 환자 중 중증도가 가장 낮은 '신체기능저하군' 환자 가운데 굳이 입원 치료가 필요 없고 '돌봄 서비스'로 충분한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 증가와 함께 장기 입원이 증가하고 있다. '신체기능저하군'은 요양병원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7개 등급으로 분류할 경우 의료적 필요가 가장 적은 7등급 환자다.
실제로 중증도 1등급 환자인 '의료 최고도' 환자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신체기능저하군' 환자는 급증 추세라는 게 보건복지부의 분석이다. 이들을 일정 부분 돌봐야 할 요양시설의 경우 장기요양등급(1~2등급)을 받은 65세 이상의 환자만이 입소가 가능해 등급 외 환자가 요양 서비스를 원할 경우 요양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요양병원의 불필요한 입원환자 양산에 한몫하고 있다.
(표=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신체기능저하군에 해당하는 요양병원 입원환자 수가 지난 2014년 4만 3,439명에서 2017년 6만 3,311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전체 요양병원 입원 환자 55만 5,478명 가운데 11.4%를 차지한다. 신체기능저하군의 총 진료비 역시 같은 기간 2,087억 7,727만 원에서 3,965억 3,553만 원으로 47% 증가했다.
의료보장별로 살펴보면 건강보험 재정으로 진료비 혜택을 받은 신체기능저하군 환자 수는 지난 2014년 3만 3,491명에서 지난 2017년 4만 9,719명으로 33% 증가했다. 의료급여 혜택을 받은 신체기능저하군 환자 수는 같은 기간 9,948명에서 1만 3,592명으로 27% 늘었다. 같은 기간 신체기능저하군 환자의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1,542억 928만 원에서 2,922억 4,203만 원으로 34.8%, 신체기능저하군 환자의 의료급여 총 진료비는 545억 6,799만원에서 1,042억 9,348만원으로 47.7% 증가했다.
특히 전국 17개 시도의 요양병원 입원 환자 가운데 신체기능저하군 입원 환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 전남이다. 전남지역의 요양병원 입원 환자 가운데 신체기능저하군 환자 비율은 무려 15.6%에 이른다. 광역시 가운데는 광주가 13.1%로 가장 높았다. 신체기능저하군 환자의 비율이 4%에 불과한 제주와 5.1%에 그친 울산과 비교해 볼 때 광주전남지역 신체기능저하군 환자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이는 질병 치료보다는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인 '사회적 입원' 환자 비율이 광주전남지역이 가장 높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수치다.
물론 신체기능저하군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암 환자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신체기능저하군 환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입원 치료가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악화 및 민영보험금의 누수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환자 10명 가운데 1명이 입원이 불필요한 이른바 '사회적 입원' 환자다"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의 불필요한 지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의 저수가 정책으로는 더 이상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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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요양병원이 낮은 의료서비스 질로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만큼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요양병원의 신규 진입 억제를 위한 요양병원 개설 기준 강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요양병원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요양병원 설립과 갱신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요양병원을 가장한 사무장 병원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으로 사무장 병원을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광주지역본부 이옥순 부장은 "환자의 불안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브로커와 사무장 병원 등이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불필요하게 건강보험 재정이 누수가 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의 건전성이 위험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또 "환자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받다보면 환자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령 또는 지병으로 정상적 진료가 어려운 'PAY 닥터'로 고용된 의사들을 근절하기 위해 의료인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조선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이철갑 교수는 "의료 질의 관리가 되지 않은 채 우후죽순격으로 요양병원이 늘어난 게 가장 큰 문제다"고 질타했다. 이 교수는 "그러다 보니 요양병원이 돈벌이가 되는 것인 줄 알고 사무장 병원이 설립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