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송훈희 기자]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자녀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느 곳 하나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다.
특히 초등학생 돌봄 공백은 심각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가 ‘온종일 돌봄’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가운데 각 지역에서도 돌봄 정책 시행에 발걸음이 바쁘다.
2018년 10월 온종일돌봄팀을 신설하고, ‘온종일 돌봄 생태계 구축 선도사업지’로 선정된 시흥시는 올해 1월 관련 조례 제정으로 제도적 기반을 갖추며 본격적인 돌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흥시 공적돌봄 이용률은 영유아가 83%지만, 초등학생은 11%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관내 학부모를 대상으로 시행한 ‘시흥시 온종일 돌봄 수요조사’ 결과, 응답자 2045명 중 1749명이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 자녀를 둔 가정으로 나타났고, 돌봄이 필요한 시간대는 방학 중(1193명)과 학기 중 오후 3시~4시(805명)가 상위를 차지했다.
관내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46개교에서 110개가 운영 중이지만, 이미 정원을 넘기고 아동 180명이 대기 상태다.
시흥시는 부족한 초등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올해 초등돌봄 목표를 현재 2851명에서 3500명으로 늘렸다. 대상도 취약계층에서 돌봄을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생으로 확대한다.
특히 방과 후 5시까지만 가능했던 돌봄 시간이 오후 1시에서 오후 7시까지 연장되면서 온종일 돌봄이 가능해졌다. 방학 중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시간을 더 늘린다.
또한, 경력단절 여성이나 마을강사, 은퇴 교사, 자원봉사자, 대학생 멘토 등 지역의 다양한 인적 자원을 돌봄 인력으로 확보하고 돌봄‧교육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민센터,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나 유휴공간을 활용한 돌봄 공간도 확대한다.
지난달 15일 은행동에 문을 연 ‘은계센트럴타운 아이누리 돌봄센터’는 제1호 시흥형 초등돌봄센터다.
아이누리 돌봄센터는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맞벌이 부부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한 공간으로,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만 6세~12세)이라면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시가 공공시설, 아파트커뮤니티센터, 도서관 등 접근성이 높고 안전한 공간을 무상임차하고 민간위탁으로 운영한다.
개소 한 달을 맞은 ‘은계센트럴타운 아이누리 돌봄센터’는 현재 2명의 돌봄 교사가 상주하며 25명의 아동에게 학습과 놀이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시흥시는 올해 정왕동 두산위브아파트에 제2호 아이누리 돌봄센터를 추가 설치한다.
아이누리 돌봄센터를 이용하는 한 학부모는 “돌봄센터가 없다면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가 여러 학원을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돌봄센터 덕분에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아이 상태를 세심하게 확인해주고, 아이가 친구를 사귈 기회도 얻을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온종일 돌봄 실현을 위해 지역공동체도 나섰다. 주민주도 돌봄은 시흥형 돌봄의 주된 특징이다. 시흥시에는 현재 북부‧중부‧남부 3개 권역에 총 9개의 아이누리 돌봄 나눔터가 있다.
시가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는 돌봄센터와 달리, 돌봄나눔터는 주민 조직이 직접 운영한다.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한 마을 내 공동체들이 주민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해 스스로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돌봄‧교육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돌봄나눔터는 마을이 아동을 직접 돌봄으로써 돌봄 사각지대를 주체적으로 해결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인적 자원을 연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돌봄 문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는 올해 3억 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돌봄나눔터를 확대‧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문세정(39)씨는 어린이집 교사로 활동하다가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후 현재 아이누리 돌봄나눔터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이곳을 찾아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이들 책을 기부하고 간식거리를 지원해주는 마을 분들이 있어서 더욱 감사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돌봄 수요자를 위해 관내 모든 초등 돌봄 관련 서비스를 파악할 수 있는 ‘시흥시 초등 돌봄지도’를 제작하고, 시 홈페이지에 ‘초등 돌봄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수요자 편의도 도모할 예정이다.
더불어 시흥시는 민‧관‧학 협력 기반의 돌봄 체계 강화를 위해 오는 5월 중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 시흥시장과 시흥교육지원청 교육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학부모와 외부전문가, 돌봄 기관 대표 등이 함께 시흥시 온종일 돌봄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사업 계획을 심의‧결정한다.
이와 함께 구성하는 돌봄협의체는 실질적인 사업을 수행하는 기구로, 학부모를 비롯해 돌봄 제공 기관, 공공기관 협력부서, 학교장 등 일선 현장의 실무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연계‧협력하며 돌봄 서비스를 강화한다.
올해는 시흥형 돌봄체계 구축 및 안정화 단계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현재 11%에 불과한 초등 돌봄 정도를 중앙부처 돌봄목표를 반영해 2022년까지 20%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학부모와 아동의 만족도 조사 결과를 지속적으로 반영해 돌봄의 양적 향상뿐만 아니라 질적 제고에도 힘쓰겠다”며 “지역이 함께 키우고 돌보며 진정한 돌봄의 가치를 실현하는 시흥형 온종일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