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민의 기대 수명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의학 발전과 병원 접근성이 비교적 우수하고 건강보험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인성 만성질환의 유병률은 점점 증가하고 있고, 대부분의 의료 행위가 이러한 노인성 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집중돼 있다.
안과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백내장과 녹내장은 각종 매체에서 흔하게 접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안과 질환이지만 그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환자들은 생각 외로 많지 않다. 백내장과 녹내장의 정의와 병인,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백내장, 노화가 주원인… 연간 65만 건 수술 ‘1위’= 백내장이라고 하면 얼핏 눈동자가 하얗게 덮이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실제 백내장(cataract)의 어원은 ‘하얀 폭포수가 눈 속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의 라틴어 ‘카타락타(cataracta)’에서 유래했다.
다만 백내장으로 눈동자가 하얗게 보이려면 정말 심한 말기에나 가능하다. 또 검은 눈동자, 즉 각막에 섬유혈관성 조직이 자라 들어오는 익상편(pterygium)과도 구분된다.
백내장이란 눈 속의 한없이 투명하고 말랑말랑한 m&m 초콜릿 혹은 렌틸콩 모양의 수정체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하얗게 변하는 질환이다. 외부에서 유입된 빛이 제대로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심한 백내장의 경우 심각한 시력 저하가 유발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다. 대개 50대 이후 발병하고, 70대 이후에는 적지 않은 비율로 수술이 요구된다.
다만 50대의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미약한 백내장이 발견될 경우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다. 이외에 흡연, 자외선 등이 수정체의 단백질을 변성시켜 백내장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상, 포도막염,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사용, 당뇨병 등도 백내장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백내장 수술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다. 연간 65만 건이 넘는다. 그만큼 백내장은 수술로 비교적 완벽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주요수술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노인 백내장’ 수술 건수는 54만8064건, 40대 이하에서 발생하는 초로 백내장, 연소 백내장 등 기타 백내장 수술은 10만4717건이다. 2019년 전체 수술 건수 199만6261건의 약 33%에 달한다.
황형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국내의 경우 많은 환자들이 백내장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기 때문에 실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심각한 전신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못하거나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이 있고, 이들의 경우 수술의 난이도가 비교적 높기 때문에 드물게 실명을 겪는 환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백내장은 노안과 다르다. 백내장은 질환이고, 근거리가 잘 안 보이는 노안(조절력 저하)은 나이가 듦에 따라 발생하는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다”며 “노안 증상을 개선하겠다고 백내장 수술을 받는 것은 안과의나 환자 모두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내장, 3대 실명 질환… 시신경 손상이 주원인= 녹내장이라고 하면 눈이 녹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실제 녹내장의 어원과 관련해 급성 녹내장의 경우 안압이 상승해 눈동자의 색이 푸른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어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사실 녹내장, 즉 ‘글로코마(glaucoma)’는 옅은 청록색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글라우코스(glaukos)’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눈동자 색이 푸르게 변하는 녹내장은 거의 없다.
녹내장은 주로 안압 상승에 의해 시신경이 서서히, 그리고 만성적으로 손상되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종국에는 실명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안구 표면만 관찰하는 간단한 안과 진료만으로는 녹내장을 진단할 수 없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재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녹내장은 특히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보통 안압은 10mmHg~21mmHg가 정상 수치지만, 그 이상이 되면 높아진 안압으로 인해 시신경이 눌리고 허혈이 생기면서 녹내장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시신경 구조가 약하거나 혈액 순환의 장애가 있으면 안압이 높지 않더라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이러한 병인의 ‘정상안압녹내장’이 녹내장 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녹내장 환자는 주변 시야부터 손상돼 점점 시야 손상이 중심부로 확대된다. 따라서 초기에는 증상이 없고, 병이 상당한 정도로 진행돼서야 자각증상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 경우 치료 효과가 높지 않고 실명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조기 발견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백내장, 수술이 근본 치료… 노안과 구분해야= 백내장의 궁극적인 치료 방법은 오직 수술뿐이다. 진행을 늦추는 경구약과 점안약이 있기는 하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남은 수정체낭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과정까지를 이른다. 최근 인공수정체와 연관된 광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수술 시 근시와 원시의 교정은 물론, 난시를 교정하거나 다양한 정도의 노안을 효과적으로 교정하는 수술이 가능해졌다. 실제 안과 영역에서 가장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는 것이 인공수정체 분야다.
황형빈 교수는 “백내장은 반드시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유의한 시력 저하가 있을 때 주치의와 심도 있는 상의 후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며 “완전한 노안, 즉 조절력을 잃어버리는 나이는 60세 전후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심하지 않은 백내장을 시력 개선 혹은 노안 증상 개선 목적으로 수술할 경우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덧붙여 “백내장 수술은 숙련된 안과의에게는 비교적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수술이지만 매우 정밀한 술기가 필요한 만큼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 외상성 백내장이나 포도막염으로 유발된 백내장, 기타 전신 질환 등으로 발생한 백내장은 수술 후 합병증의 빈도가 비교적 높고, 수술의 난이도가 높으며, 수술 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일반적인 노인성 백내장 수술보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녹내장, 조기 발견/치료로 실명 예방해야= 녹내장은 발병하면 무조건 실명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절대로 실명하지 않는다.
녹내장 치료는 정상 범위의 안압을 유지해 시신경을 보호하는 약물 점안 치료가 주를 이룬다. 급성 녹내장의 경우 안압을 내리는 안약을 점안하고 안압강하제를 복용하는 등 신속한 처치가 필요하다. 국내에 많은 정상안압녹내장 역시 안압을 떨어뜨리는 점안제를 꾸준히 사용하는 치료가 주를 이룬다. 경우에 따라 녹내장 레이저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황형빈 교수는 “시신경을 보호하기 위해 점안하는 녹내장 약제는 그 종류가 다양하고 평생 점안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약제에 의한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며 “올바른 약제를 선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숙련된 녹내장 전문의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치료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점안 약제로 녹내장 진행을 늦출 수 없는 경우 수술을 시행한다. 섬유주절제술이나 녹내장밸브 삽입술은 안압 하강의 효과가 입증돼 오늘날에도 널리 시행되고 있는 교과서적인 수술법이지만 수술 후 합병증의 가능성을 염두해둬야 한다. 최근에는 미세침습녹내장 수술이 활발히 시행돼 점안 약제의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인 안압 관리가 가능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