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65세 이상 고용률 ↑
전체 증가 폭의 75% 차지
월평균 임금 75만원 수준
요양보호사 등 직종에 집중
“취업지원서비스 필요 시사”
정년 연장 등 돌파구 모색
고령화 시대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로 향하고 있다.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 이 총 18%를 넘어 조만간 초고령화 시대로 정의하는 20%에 달할 전망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동시에 출산률 감소에 따라 노인 비중이 급속히 증가 하고 있다. 노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복지혜택도 다양하게 지원 되고 있지만 미비한 부분들을 짚어보고 나타나는 문제들을 조명해 대책들 을 제시해본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노동시장에도 고령화 바람이 불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 저하와 생애주기가 길어지며 고령층도 꾸준히 소득이 필요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고령화 노동인구 증가가 심화하는 중이다.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는 4539만 9000명으로, 취업자 수는 2868만 6000명이다. 고용률은 63.2%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늘었다.
이 중 65세 이상 인구는 946만명으로 그 가운데 366만 2000명이 취업 중이며,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 증가한 38.7%다.
60세 이상의 취업자로 폭을 넓혀보면 638만 9000명, 고용률은 46.6%이다. 이는 15~29세 청년층의 고용률 47%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또 전년 같은 달 대비 증감을 살펴보면 60대 이상에서 29만 8000명이 늘 동안 15~29세는 13만 8000명 감소했다. 젊은 층의 취업보다 고령층의 취업이 더 활발하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확인한 셈이다.
지난 몇 년간을 점검하면 고령층의 취업 활동의 증가는 더 눈에 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의 ‘65세 이상 고령자 고용 증가 현황과 원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고용률은 2012년 30.1%에서 2022년 36.2%로 6.1%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2018년 이후부터는 등락 없이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다.
취업자 수는 더 극적이다. 202년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3265명인데, 이는 2018년 이후 연평균 9.0% 증가한 수치이다. 2018~2022년 동안 전체 취업자 수가 1267명 증가해 연평균 1.2%씩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65세 이상 취업자 수가 얼마나 급격하게 늘어나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본 65세 이상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 증가의 75% 이상이었다.
◆희망 임금과 실제 임금 괴리 커
보고서를 쓴 박진희 연구위원은 고령자들이 취업하며 경제활동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주된 원인은 기대여명이 높아지면서 건강한 고령층이 늘어나지만, 노후소득은 불충분해 재정적인 이유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부가조사에서 추출한 65~79세 노동시장 참가이유 1위는 ‘생활비에 보탬이 돼서/돈이 필요해서’로, 51.7%가 해당 이유를 꼽았다.
그 밖에도 7월 공개된 통계청의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55~79세)부가조사’에 따르면 근로 희망 사유로 55.8%가 ‘생활비에 보탬’을 택했다.
그러나 고령층의 취업은 날로 늘어나지만, 희망 임금과 실제 임금과의 괴리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65~79세의 임금근로자의 희망 임금은 월평균 50~200만원원 미만이다. 하지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8월(2022년)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임금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월평균 75만원 수준이었다. 정보통신업(337만원)과 금융·보험업(209만원) 등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2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박 연구위원은 “일을 하려는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일자리 기회가 재정지원일자리를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고, 이들이 구직활동을 할 때 정확한 노동시장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며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 임금 등 노동시장 정보, 민간부문에서 창출되는 일자리 정보 등 취업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빈곤 가능성 노출된 여성 고령자들
적은 임금은 고령자, 특히 여성 고령자의 빈곤 가능성도 있게 한다.
7월 발표한 한국고용정보원 ‘고령화연구패널로 본 한국의 중고령자 심층분석’에 따르면 근로소득을 제외한 가구소득으로 빈곤 여부를 측정·분석한 결과 여성의 경우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일해 온 중·고령 여성의 근로소득을 제외한 경우 상대빈곤의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분석에 참여한 김경희 책임연구원 등 8명은 “저임금 근로로 일하는 중·고령 여성들은 낮은 임금에도 그 일을 하지 않으면 평소 일을 하지 않는 여성들이나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여성에 비해 상대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가구소득이 본인의 근로소득에 의존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초래한 원인을 두고 이들의 보고서는 “(여성들이) 주로 저임금 임시직으로 몰리게 되면서 남성에 비해 노동조건이 하향 평준화돼 근로빈곤 여성들의 빈곤 이탈에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한다”며 “50세 이상 여성들의 생애주기적 특성을 반영하면 대부분 결혼과 출산을 기점으로 노동시장의 참여가 단절되며, 직업력이 단절되면서 재취업할 경우 저임금 임시직을 떠돌 수밖에 없는 현실이 더욱 문제”라고 분석했다.
◆단순노무직에 집중된 일자리
저임금 요인엔 고령 취업자들이 맡는 업무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위원 보고서를 보면 65세 임금근로자 상당수가 단순노무직으로 단시간 근로를 하고 있었다. 특히 2018년 산업분포와 비교해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비중이 크게 높아져 고령자의 ‘돌봄노동’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2018년 보건업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비중은 20%였던 반면 2022년엔 29.3%에 이른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18일 공개한 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는 252만 4000명으로, 이 가운데 현재 장기요양기관에 근무 중인 요양보호사는 60만명 정도다. 활동 요양보호사 중 대부분은 50~60대로, 전체의 81.1%를 차지한다. 세분화해서 보면 60대는 50.3%, 50대는 30.8%, 70대 이상은 12%다.
사실상 고령층이 고령층을 요양하는 상황인데, 이는 요양보호사의 저임금 처우 등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 역시 “유휴인력 확보, 처우 개선 등을 통해 요양보호사 인력을 적극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요양보호사 1명이 돌보는 수급자 수를 줄이고 승급제를 확대해 선임 보호사에겐 수당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한국고용정보원 ‘중·고령층 좋은 일자리로 재취업 주요 원인 분석’보고서는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학적 변화 속에서 중·고령층의 인력 활용은 생산인구 감소 문제와 성장 잠재력 약화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며 “경력을 유지하면 재취업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년 연장이 희망 될까
재취업의 벽이 높은 만큼 정년 연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최근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률 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다. 2025년부터는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63세에서 65세로 상향되는데, 60세인 법정 정년과 간극이 크다는 게 이유다.
한국노총은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 후 질 낮은 일자리로의 이동 관행이 60대 비정규 노동을 확산하고 노인 빈곤 문제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며 “법정 정년연장을 통해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을 늦춰 적정한 소득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비하는 최선의 고령자 고용대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급속한 고령화에 잘 대처하지 않으면 성장률이 저하될 수 있다”면서도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내는 등 장기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