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는 별도로 나온 수당 못받아 최저임금 효과 뚝 사회복지사 해고에 이용자도 본인부담금 크게 올라 불만
지난 2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는 요양보호사 노동자들의 모임인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처우개선비 폐지 등 최근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내용이었다. 노조는 “요구 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인 22일에는 민간요양기관 관계자 1,500명이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인건비 지급 비율’ 등 정책을 비판하는 자리였다. 요양기관 운영자들은 “정부 정책으로 기관 운영이 크게 힘들어져 적절한 요양서비스 공급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요양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경영주가 같은 시기에 나란히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요양서비스 업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배경에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있다. 최저임금 후폭풍이 복지 분야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요양기관은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건강보험공단에 ‘수가’를 청구해 받는다. 수가를 받아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수가의 일정 비율은 요양보호사 인건비로 써야 한다. 이 비율이 지난해까지 84.3%였다. 기관은 인건비를 지급하고 남은 돈을 임대료, 유류비, 경영진 임금 등 시설 운영 자금으로 쓴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서 인건비 비율도 86.4%로 올렸다. 요양보호사에게 적정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그만큼 기관 몫이 쪼그라들었다는 점. 장기요양보험 4등급인 어르신이 한 달간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시설에 돌아가는 금액은 지난해 15만4,700원에서 올해 14만7,700원으로 떨어졌다. 3등급 기준으로도 약 2,000원 줄었다. 더구나 인건비 지급 비율은 지난해 권고 사항에서 강제 사항으로 바뀌어 운영주들이 받는 압박이 커진 상황이다.
대전에서 요양기관을 운영하는 A씨는 “그동안에도 운영이 빠듯했는데 시설 운영비가 더 줄면서 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적자 걱정을 하게 됐다”며 “우리 기관은 규모가 있어서 그나마 낫지만 영세기관들은 무더기 폐업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른 요양기관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크게 오른 인건비가 감당이 안돼 최근에 사회복지사 한 분을 해고했다”고 말했다. 인건비 지급 비율에 대한 비판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와 5,000건 넘는 동의를 받은 상태다.
정부가 사회복지사 임금을 직접 인건비 지급 대상에 넣기로 했다가 12일 이를 번복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사회복지사 임금은 시설 운영비로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기관들은 정부 방침이 바뀌면서 혼란에 빠졌고 복지사 사이에서는 “요양보호사만 노동자고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민간요양기관은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인건비·운영비 등을 지원받는 업종은 제외한다는 원칙 등에 따라 빠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관들은 요양보험 재원은 국가 재정과 다르다는 점, 건강보험 재원에 의존하는 병원·약국은 안정자금 지원 대상이라는 점 등에서 부적절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대로 불만이다. 기본 급여와 별개로 받던 수당인 ‘처우개선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수가와 인건비 지급 비율이 많이 늘었기 때문에 처우개선비가 기본 급여에 녹아 지급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요양보호사들은 급여가 최저임금 인상만큼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고정임 전국요양보호사협회장은 “인건비 지급 비율은 특정 기관의 전체 보호사의 1년 치 임금을 86.4%로 맞추기만 된다는 것이어서 근로자별로 시기별로 실질 임금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요양보험 수가가 크게 오르면서 이용자가 직접 내야 할 ‘본인부담금’도 방문요양 기준 최대 월 2만원 정도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8,000원 인상 수준보다 2배 넘게 높다.
더 큰 문제는 요양기관의 경영난이 심해지고 요양보호사와 환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높아지면 ‘치매국가책임제’ 등 주요 복지 정책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서비스업계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