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뼈 도둑’으로 불릴 만큼 골절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는 한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대부분 오랫동안 증상 없이 진행돼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척추의 압박골절로 키가 줄어든다거나, 허리가 점점 휘고,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우 주로 폐경 후 발생한다.
한제호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골다공증 환자들은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지고 허리가 굽는 것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회복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 압박골절 시 회복 불가능… 골다공증 70%는 유전 영향= 골다공증으로 인한 회복 불가능한 골절은 바로 척추 골절이다. 척추 압박골절로 굽어진 골다공증 환자의 척추는 다시 펴지지 않는다. 한 번의 척추 압박골절만으로도 뼈 1개당 5㎜ 정도가 줄어든다. 여러 개의 척추뼈가 골절되면 허리가 굽고 키가 줄어 상체가 짧아지면서 소화불량, 폐기능 저하까지 올 수 있다. 예전에 골절 경험이 있는 사람, 체중이 정상보다 적은 사람, 부모님 가운데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 등이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류마티스 관절염 또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 약물을 복용하거나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도 골다공증 위험이 크다. 특히 여성은 월경이 규칙적이지 않거나 40세 이전에 월경이 끝나는 경우 뼈 상태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골다공증은 이런 특징이 없더라도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한제호 교수는 “최근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야외활동 시 자외선차단제 사용이 늘면서 햇볕을 덜 쬐고 신체 활동량이 줄어 골다공증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골다공증 같은 뼈 건강은 유전적인 영향이 약 70% 정도기 때문에 부모 중에 뼈가 약한 분이 있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주의 깊게 본인을 살피고 주기적인 검진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T값 –2.5 이하면 골다공증… Z값 –2.0 이하 연령기대치 이하 골감소= 골다공증 검사는 뼈의 골밀도를 측정하기 위한 검사로 골다공증, 골연화증과 같은 대사성 골질환의 진단 또는 경과 관찰을 위해 진행된다. 골다공증 환자에서는 뼈의 양이 감소하게 되는데 이를 정상인의 골밀도와 비교해 얼마나 뼈의 양이 감소했는지 평가한 후 골절의 예방을 위해 치료가 필요한지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다.
흔히 이용하는 검사는 이중에너지 방사선 흡수 계측법이다. 검사하고자 하는 부위에 대해 에너지가 높은 방사선과 에너지가 낮은 방사선으로 두 번 촬영을 해 얻은 자료로 계산을 하며 골밀도의 수치를 내는 방식이다.
골다공증 진단을 위해서는 골밀도와 골질을 고려해야 하는데 골질의 경우 수치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T 값으로 수량화될 수 있는 골밀도를 통해 T 값이 –2.5 이하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한다. 50세 이전 남성 또는 폐경 전 여성의 경우 Z 값을 사용하는데 그 값이 –2.0 이하일 경우 연령기대치 이하의 골감소로 구분하고 이차성골다공증을 반드시 감별해야 한다.
한제호 교수는 “혈압이 140/90㎜Hg이 넘으면 심혈관질환 발병 확률이 높은 고혈압 환자로 분류하고, 혈당 150㎎/dL을 넘으면 당뇨 환자로 보고 당뇨병성 합병증이나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게 치료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T 값이 내려갈 때마다 골절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그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골흡수억제제 투여 후 약제휴지기 필요… 휴지기 추적관찰 중요= 골다공증 치료제는 골흡수억제제와 골형성촉진제로 나뉜다. 골흡수억제제 중 가장 흔히 사용되는 비스포스포네이트제제는 먹는 약과 주사제가 있다. 주사제의 경우 먹는 약보다 효능이 더 강력해 3개월 혹은 1년 마다 투여한다. 골형성촉진제는 주사제로 1년 또는 2년간 투여 후 골흡수억제제로 변경한다.
한제호 교수는 “골다공증의 치료는 골흡수억제제와 골형성촉진제를 사용해 뼈를 만들고 유지하는 형태다. 비스포스포네이트제제는 약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3~5년, 최대 10년간 투여 후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약제 휴지기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약제 휴지기에는 적극적인 추적관철이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골절위험도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투여 재개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약제 휴지기에 관찰 시기를 무시하게 되면 골절위험도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
◇골다공증 치료 패러다임 변화ing… 정기검진 통해 예방= 최근 치료제의 패러다임 변화가 골다공증 치료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골다공증의 1차 치료제로 골형성촉진제의 투여가 점차 늘고 있고, 골흡수억제제와 골형성촉진제를 순차적으로 투여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한제호 교수는 “그동안 골다공증 1차 치료제로 골흡수억제제가 많이 사용됐지만, 골흡수억제제는 약물이 뼈에 오래 남기 때문에 이후 골형성촉진제를 썼을 때 효과가 낮아지는 단점이 있었다”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 보면 골형성촉진제를 먼저 쓰고 나중에 골흡수억제제를 사용한 환자의 뼈가 반대인 환자보다 훨씬 잘 생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근감소증에 관련된 현상도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이다. 근감소증과 골다공증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으로 성장호르몬과 IGF-1(인슐린유사 성장인자-1)의 감소가 내장비만, 근감소, 골밀도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골다공증치료제와 함께 칼슘과 비타민 D 보충도 필요하다. 적절한 음식물을 통해 칼슘과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하고 야외활동을 자주 갖도록 한다. 특히 비타민 D는 피부에서도 합성할 수 있는 만큼 특별히 부족한 경우가 아니라면 고용량의 비타민 D 제제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칼슘 제제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부 제품은 함유돼 있는 칼슘 용량이 적절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섞여 있기도 한 만큼 되도록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우유나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하고 술, 담배는 멀리한다. 운동도 중요하다. 체중 부하가 실리는 운동과 관절에 과도한 무리가 가지 않는 걷기 운동 등이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한제호 교수는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골밀도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애주기 건강검진 항목에도 만 54세, 만 66세 2회에 걸쳐 골다공증을 검사할 수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인천/박추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