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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불황에 시화·반월공단도 ‘휘청’…“현장의 목소리 들어야”

기업이 먼저냐 일자리가 먼저냐, “위로부터의 혁신 필요해”

  • 김성수
  • 2019-02-28
  • 조회수 16

최저임금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의 여파로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시화·반월공단의 신음도 함께 짙어지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 시화·반월공단의 가동률은 각 72.1%,75.6%로 전국 평균인 81%보다 뒤떨어지는 수치를 보였다. 생산액과 고용인원도 모두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동영상뉴스] 제조업 불황에 시화·반월공단도 ‘휘청’…“현장의 목소리 들어야”
건물 벽 곳곳에는 커다란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꽝꽝 프레스 소리는 어디에?…한적한 시화·반월공단 
국내 최대 산업단지로 우뚝 서 산업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시화·반월공단을 찾았다. 

우람찬 기계 소리와 공단 특유의 냄새가 풍기는 풍경을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커다란 공장 벽에 걸려있는 노란색의 임대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이곳저곳에 들어선 아파트형 공장들은 저마다 분양 판넬을 앞세워 자신들을 채워줄 업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월공단에 위치한 한 업체의 대표는 “지금 상황은 굉장히 경기가 안 좋은 편이지. 경기가 좋을 때는 여기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시끄러워서. 이 옆은 자동차 판넬 찍는 공장이거든. 프레스로 꽝꽝 찍어야 하는데, 봐봐, 안 돌아가고 있잖아. 지금은 그런 상황이에요”라고 푸념했다. 

반월공단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공장단지로 손꼽히는 시화·반월 공단이기에 그만큼 많은 업체가 몰렸었죠. 그런데 요즘은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에요. 그런데요, 작년에도 대답이 똑같았어요. 결국 가면 갈수록 악화되는 셈이죠”라며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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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기업)이 먼저냐, 달걀(일자리)이 먼저냐 
불황의 원인을 ‘인건비 상승’, ‘경기 침체’와 같이 단편적으로 한정 짓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화공단에 위치한 부동산 컨설팅 관계자는 공단에 찾아온 위기의 원인을 최저임금상승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의 변화가 국가 경기 침체와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방향이 바르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공단에도 선순환이 일어나서 투자와 소비가 촉진될 테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너무 급하게 이뤄졌다는 거죠. 이미 국제정세 등 복합적인 상황 때문에 국가 경기가 힘든 시점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다, 최저임금 인상이다 하는 변화들이 일어나다 보니…. 여기에서는 모든 걸 감당하기가 너무 힘든 거죠” 

반월공단에 위치한 플라스틱 공장의 대표는 불황의 원인을 찾기 위한 고뇌 끝에 기업을 키우는 것이 먼저인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먼저인가에 대한 역설적 고민에 빠졌다고 대답했다. 

“기업을 키워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인가, 일자리를 많이 늘려서 경제 부흥을 기대하는 것이 먼저인가…. 사실 답은 잘 모르겠지만 후자의 경우가 지금 상황인 건데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이렇게 가다간 국내 산업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해요.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죠, 결국” 

땅 쪼개고, 아파트형 공장 찾고, 해외로 떠나고…온몸으로 부딪히며 ‘고군분투’ 
시화·반월공단 일대는 긴 불황의 어둠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시화공단과 달리, 반월공단은 대기업들이 큰 덩어리로 뭉쳐있는 구조를 보인다. 하지만 공장단지 불황의 여파가 대기업까지 닿음에 따라, 부지 일부분을 임대 내놓기 위해 작은 땅덩어리로 쪼개기 시작하면서 공단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반월공단도 시화공단과 마찬가지로 작은 공장들이 밀집한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영상뉴스] 제조업 불황에 시화·반월공단도 ‘휘청’…“현장의 목소리 들어야”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형 공장

또한 아파트형 공장이 대거 들어섰다. 하지만 아파트형 공장에 들어올 수 있는 업종의 규모와 수는 제한돼있으며, 이마저도 공실이 많아 골칫덩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아예 시화·반월공단을 떠나 인건비·운임비를 절약할 수 있는 더 저렴한 땅을 찾아 공장을 이전하거나, 베트남 등지의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는 “현재 베트남은 우리나라 1970년대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을 것, 할 것이 무궁무진한 것이죠. ‘기회의 땅’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국내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없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외국 공사가 있을 때 입찰을 따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자구책 마련 중인 지자체…공단 관계자 “직접 보고 느껴야” 
이와 관련해 지자체 측의 대책을 얻고자 몇 번의 인터뷰 요청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어렵게 연결된 시흥시청 관계자는 공단 근로자의 복지 개선을 위해 출퇴근 무료 통근버스 운영, 기업의 작업·근로 환경 개선 사업, 중소기업 기술 개발 자금 지원 등의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낡은 기반 시설을 보충하기 위해 시화국가산업단지 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아직 계획 수립 단계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이에 대한 공단 측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자체가 정확한 상황 파악도 하지 못한 채 답답하게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는 것이 공단 측의 입장이다. 

시화공단에 입주한 한 공단 관계자는 “다 뜬구름 잡는 소리야. 우리가 밑에서 떠들어봤자 할 수 있는 건 없지. 위에서부터 움직여줘야 하는데…”라며 “공무원이 현장에 직접 와서 물어본 적도, 왔다는 소리도 나는 들은 적이 없어. 그들은 탁상에 앉아서 그냥 내는 거지.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시화·반월국가산업단지는 창원국가산업단지와 함께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스마트 선도산업단지로 선발됐다. 

올해 약 2천억 원의 지원비가 투입될 예정인 ‘스마트산단 선도프로젝트’를 통해 두 국가산업단지가 데이터기반의 스마트 팩토리로 거듭날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공단 측은 두 국가산업단지의 재흥을 위해서 위로부터의 힘 있는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과 근로자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두 공단에 닥친 불황의 위기가 끝없는 ‘동굴’이 아닌 ‘터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최수린 기자 sr.choi@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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