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준비생 현장실습 재개
현장에선 땜질식 탁상행정 비판
“무경험 실습생·노인 동시 위험”
일손 놓은 자격자 우선투입 제안

일부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중인 서울 노원구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가 4종 보호구를 착용하고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제공
 
요양병원·시설을 중심으로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제대로된 치료·돌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정부가 요양병원·시설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정부는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준비생의 현장실습을 재개하며 요양시설 등에 배치하기로 했는데, 현장에서는 노인과 돌봄 종사자들을 위험에 내모는 ‘땜질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30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요양병원·시설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관리 강화로 집단발생은 3월 첫째 주 이후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이에 고위험군 환자의 적시 치료를 조금 더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의 요양병원·시설 사망자 자료를 보면, 3월 셋째 주(11∼17일)엔 647명이 숨져 전체 코로나 사망자(1835명)의 약 35%를 차지했으며, 3월 넷째 주(20∼26일)에는 973명으로 더 늘어 전체 사망자(2516명)의 38.7%에 달했다.
 
문제는 정부가 돌봄 공백 해소 방안 가운데 하나로 4월1일부터 요양보호사 현장실습을 재개하며, 이들을 요양병원·시설 등 코로나19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통상 요양보호사는 이론·실기·실습을 각 80시간씩 총 240시간을 이수해야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는데, 정부는 2020년 7월부터 코로나19 감염 등을 이유로 현장실습은 치매 관련 동영상 교육으로 대체해 왔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돌봄인력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돌봄 인력들이 조기에 투입될 수 있도록 돌봄 자격을 갖는 사람들에게 자격을 주는 날짜를 당겨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자원봉사자들이 돌봄 영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정부 대책에 대해 요양시설과 요양보호사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식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이은성 수원대 교수(평생교육원 사회복지과정)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금 대부분 요양시설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된 상황에서 실습생들이 시설에 들어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현장에선 오히려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실습생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돌보는 어르신들을 부축하다 넘어지는 사고가 날 경우 산재처리나 책임배상을 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늦더라도 탁상행정식 정책이 아니라 차근차근 대책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요양보호사들은 이미 일하고 있거나 자격증이 있지만 쉬고 있는 인력을 지원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전지현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준비가 안 된 요양보호사들을 감염 현장에 몰아세우고 입소한 어르신들의 안전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땜질식 정책”이라며 “요양원의 퇴직금 부담과 코로나 확진, 노동조합 가입 등의 이유로 자격증이 있어도 해고당하는 요양보호사들도 있는데, 이들을 지원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220만6730명 가운데 근무자는 53만9631명으로 24.5%에 그친다. 이선주 보건복지부(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장은 “실습을 재개한 건 인력 부족의 문제도 있지만 새로 채용되신 분들이 너무 적응도 잘 못 하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계속 있어 서비스 질 재고의 측면도 있다”며 “80시간의 실습 가운데 40시간만 허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요양시설·병원에서의 코로나19 사망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저질환이 있는 65살 이상 노인은 경증이라도 병상을 우선 배정하고, 확진된 돌봄 종사자 가운데 3차 접종을 완료한 무증상자의 경우 3일 격리 후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업무연속성계획(BCP)을 개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