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노인요양시설 임차제도의 도입과 장기요양시장 금융화 쟁점과 과제’ 정책 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 (사진=이정아 기자) |
정부가 고령화 등 노인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이유로 노인요양시설의 임차제도 규제개선을 추진하는 가운데 오히려 노인의 주거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노인요양시설의 임차를 허용하게 되면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투기자본이 시장을 잠식해 서비스 질을 하락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복지 전문가들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노인요양시설 임차제도의 도입과 장기요양시설 금융화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노인요양시설 임차허용의 위험’에 대해 발제를 맡은 이미진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요양시설 임차허용은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는 노인요양시설의 임차허용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법으로는 10인 이상의 노인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토지 및 건물을 소유해야 한다.
복지부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기로 진입하고 있고 오는 2050년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노인요양시설의 수요가 증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노인요양시설의 임차를 허용해 수요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이미진 교수는 “이 제도에 대한 국내 연구는 거의 없다”며 “노인요양시설이 갑자기 파산, 매각, 전세업자의 사기 또는 도주 시 노인의 주거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아 노인이 일방적으로 쫓겨날 위험이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사모펀드 소유였던 ‘서던 크로스 헬스케어’(Southern Cross Healthcare·SCH)가 임차료 상승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되자 3만여명의 노인이 일방적으로 퇴소당한 사례가 존재한다.
또 SCH에서 5명의 사망자와 27명의 학대피해자가 발생했지만 복잡한 소유구조와 관리체계 때문에 아무도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았다. 돌봄시스템에 사모펀드, 벤처캐피털이 유입될 경우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권현정 영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장기요양생태계는 이미 벤처캐피털이 장기요양시설에 투자해 시장에 진입한 상황이며 시장지배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기요양시장에 대한 대규모 민간자본의 투입은 소유구조 및 투자자본의 투명성과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신규수요(민간자본)을 육성하는 것도 좋지만 이 부문에 신뢰할 수 있는 기관(공공 및 비영리의 규모화)을 육성하는 것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