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계절 봄이 만개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과 함께 가까운 체육시설이나 공원을 찾아 농구, 축구, 배드민턴, 스케이트보드 등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동안 코로나19 대유행과 쌀쌀한 날씨로 자의 반 타의 반 즐겨왔던 방콕(?) 생활의 설움을 털어내듯 운동복이 흠뻑 젖도록 달리고 뛰고 열심이다. 그러나 과도한 의욕은 자칫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석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갑작스러운 고강도 운동은 근육을 파괴하고, 파괴된 근육세포 내 물질은 다시 혈류로 흘러 들어가 콩팥(신장) 기능을 떨어뜨린다”며 “이렇게 되면 극심한 근육통과 혈뇨, 심하면 급성신부전 등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응급실을 찾는 ‘횡문근융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운동 후 갑작스런 근육통이나 콜라색 소변 발생하면 의심= 횡문근(橫紋筋)이란 가로무늬근육으로, 운동신경으로 지배되고 있는 우리 신체 대부분의 골격근을 말한다.
횡문근융해증(橫紋筋融解症- Rhabdomyolysis)은 갑작스럽고 강도 높은 운동으로 인해 근육(횡문근)에 충분한 에너지와 산소 공급이 이뤄지지 않게 되면서 근육세포가 파괴 또는 괴사하는 질환이다. 횡문근이 파괴돼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하면 근육 세포 안에 있는 미오글로빈, 단백질, 크레아틴키나제, 전해질 등이 혈류로 흘러들어가고, 혈류로 들어간 근육세포 내 물질은 콩팥 세뇨관을 망가뜨리게 된다.
횡문근융해증의 주요 증상은 운동을 한 부위의 갑작스러운 근육통과 함께 검붉은색(콜라색)의 소변을 보는 것이다. 심한 경우 발열, 구토, 전신쇠약, 부종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되거나 갑작스러운 콩팥 기능 악화로 급성신부전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신석준 교수는 “몸 속 정수기로 불리는 콩팥은 우리 몸의 대사 과정이나 음식을 섭취해 생기는 노폐물을 처리하고, 몸 안의 수분량과 전해질을 조절하며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운동 후 갑작스러운 근육통이나 콜라색 소변이 나타난다면 콩팥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는 만큼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급성신부전증으로 진행하면 투석치료 필요할 수도= 치료는 기본적으로 병의 원인인 고강도 운동을 중단하고, 절대적인 침상 안정과 수액 치료를 병행한다. 초기에는 충분한 수액 치료와 수분 공급을 통해 소변으로 근육 괴사물질을 배출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급성신부전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드물게 투석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평생 투석치료가 필요한 말기신부전증 환자와 달리 대부분 신장 기능이 회복돼 투석을 중단할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본인에게 맞는 적정량의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 후에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한다. 근육에 무리를 주는 과격한 운동, 부동자세, 근육의 장시간 압박 등의 상황은 피한다. 또 과격한 운동이나 활동 후 심한 근육통, 발열, 전신쇠약, 소변색의 변화 등이 나타나면 신속히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도록 한다.
신석준 교수는 “횡문근융해증은 젊은 사람이라도 급성신부전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며 “처음부터 무리한 운동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적절한 운동을 찾아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인천/박추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