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치매 할머니가 요양병원에서멍투성이가 돼 버렸다. 가족들은 병원이 환자를 폭행했다고 주장했지만, 병원은 사실무근이라며 가족을 고소했다.
손자 A씨에 따르면 할머니는 5월 24일 광주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다음날 A씨 누나가 할머니 손목에 붕대가 감겨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A씨는 사흘 뒤 손목에 감겨있던 붕대를 풀어 할머니의 상처를 확인하고 병원 측에 원인을 물었다. 병원은 “혈관 주사를 맞다가 혈관이 터져 생긴 상처”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후 한 간호조무사의 말을 듣게 됐다. A씨에 따르면 간호조무사가 간병인들이 할머니의 기저귀를 가는 도중 할머니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팔에 “물리적인 힘을 가해 생긴 상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A씨는 간병인들에게 직접 자백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간병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눈물로 사과했다는 것이다.
병원을 못 믿게 된 A씨는 할머니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지난달 4일 퇴원 통보했다. 그런데 퇴원 이틀 전 할머니는 왼쪽 팔꿈치 골절사고를 당했다. 다음날 병원을 찾은 A씨는 “할머니가 아무 말도 못하고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며 “환자복을 벗겨보니 왼쪽 팔꿈치가 부어있고 온몸과 얼굴이 상처로 가득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곧바로 광주 광산경찰서에 신고했다.
A씨는 페이스북에 할머니가 학대를 받아 골절상을 입고 멍투성이가 됐다고 주장하며 사진을 공개했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광주광역시 요양병원에서 학대당한 저희 할머니를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17일 오후 3시 기준 7만40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논란이 확산되자 요양병원은A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병원 측은 “할머니가 피해를 입은 것은 맞지만 학대나 폭행이 아니라 관리가 부실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이 넘었는데 우리도 보호자한테 지쳐있는 상황”이라며 “김씨 가족에게 확실하게 사과를 했고 할머니가 옮겨진 다른 병원에도 찾아갔다”고 말했다.
병원은 이 사건으로 노인보호전문기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의 조사를 받았으며 폭행이 아닌 방임으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병원 측은 “할머니가 몸을 잘 못 가누는 상태에서 가끔 뼈로 지탱해 움직이려 하는데 나이가 있으시다보니 골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할머니 팔꿈치 안쪽엔 왜 멍이 있는지는 병원도 의문이라고 했다.
요양병원 측은 “A씨가 계속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경찰에 이미 고소한 상태라고 밝혔다.
치매 전문가 박주홍씨는 “환자의 증상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양쪽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경찰 조사를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박씨는“치매 환자들에게 가끔 벌어지는 사건으로대부분 경찰 수사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다”고 부연했다.할머니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할머님의 기억력 상태와 인지기능에 대한 정확한 검사부터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