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수요 증가 등 구조적 변화
지난 5월 남성 취업자는 3천명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여성 취업자는 34만8천명 늘어 전체 고용 시장 호조를 이끌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에 뛰어든 여성들이 이례적인 일자리 호황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가 35만1천명 늘면서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는데, 취업자 증가분의 99.1%를 여성이 차지했다. 수출·제조업 경기 부진 등으로 남성 취업자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는 반면, 새로 취업 전선에 뛰어든 여성들이 고용 호조를 이끄는 모양새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2883만5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35만1천명 늘었다. 27개월 연속 증가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살 고용률(69.9%)은 198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5살 이상 고용률(63.5%)도 198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애초 정부는 올해 상반기 경기 부진으로 1분기에 취업자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그러나 경기 둔화에도 고용시장은 되레 호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예상 외의 고용 증가세는 비대면·돌봄 분야 일자리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가 지난달 16만6천명, 숙박 및 음식점업에선 12만8천명 늘었다. 반면, 건설업과 제조업은 각각 6만6천명, 3만9천명 줄었다.
취업자 수 증가는 여성이 이끌고 있다. 지난달 여성 취업자는 34만8천명 늘어 전체 취업자 증가분의 99.1%에 이른다. 여성이 주로 취업하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대면 서비스업 취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흐름이다. 반면 제조업, 건설업 경기가 악화하면서 남성 취업자 증가는 3천명에 그쳤다.
지난달 취업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의 경우 증가분의 80.7%(13만4천명)가 여성이었다. 전지현 요양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정년 퇴임을 하거나 아이들을 다 키우고 쉬던 여성들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신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여성 취업자 증가폭은 매월 30만∼40만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남성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상반기 40만명대에서 연말에 10만명대로 내려앉더니 올해 1월 4만9천명 증가에 그친데 이어 증가폭이 더 확연하게 둔화하고 있다.
연령대로 봐도 남성은 60살 이상 제외 전 연령대에서 취업자 감소하고 있지만 여성은 청년층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특히 30대 여성과 60대 이상 여성 취업자는 각각 10만9천명, 22만4천명 늘어 전체 여성 취업자 증가분의 95.7%를 자치했다. 전 사무처장은 “장기 요양 어른이 매년 10만명씩 늘고 있다. 1대1 매칭이어서 (여성 중심으로) 요양보호사 신규 취업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성 취업자 증가 추세를 놓고 코로나19로 취업 일선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되돌아오는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 때 취업시장을 떠난 여성들은 지난해 이미 복귀했다고 봐야 한다”며 “그간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았고, 우리나라도 이제 돌봄 체계를 갖춰가고 있는터라 (최근 여성 취업자수 증가 흐름은) 노동시장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