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노인연령 2100년에 73세로 상향하면 노인부양률 60%로 낮아져"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저출산·고령화로 한국의 노인 부양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6일 발간한 'KDI 포커스(FOCUS):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노인부양률이 30∼40년간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높아져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인 인구 비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인부양률은 생산연령인구(15세 이상 64세 이하)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이에 이 연구위원은 노인 개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이 이뤄지면 노인 복지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뤄진 일본과 이탈리아에선 노인부양률이 높아지고 있으나 사회 보호 지출 비중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많은 노인복지 정책들이 보편적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노인 연령이 상향되면) 정책 대상이 줄기 때문에 같은 예산으로 더 두꺼운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노인 연령 기준은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상의 65세로 통용되고 있다. 49개 주요 복지 사업 가운데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24개 사업이 수급 연령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쓰고 있다.
많은 선행연구는 노인 연령 기준으로 기대여명이 15년이 되는 시점 등을 제안하고 있다.
기대여명은 현재의 연령별 사망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을 추정한 수치다.
이 연구위원은 기대수명에 포함되지 않은 질병과 장애 부담, 성별·지역별·소득별 격차 등을 고려하면 노인 연령을 20년 기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양 부담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2025년부터 10년에 1세씩 점진적으로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노인 연령을 약 기대여명 20년 기준으로 조정한 수치다.
이를 적용하면 2100년도에 노인 연령은 73세가 된다. 노인부양률은 60%가 돼 현재 노인 연령 기준인 65세로 유지할 때보다 36%포인트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노인복지사업 관련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장기적 시계에서 질병 및 장애 부담, 성별·지역별·소득별 격차를 고려해 객관적 근거에 바탕을 둔 점진적 상향 조정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노인 연령 하향 조정을 논의하는 이탈리아 사례 등처럼 사회적 합의 없이 급격하게 노인 연령이 올라갈 경우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다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인 연령 상향 조정에 따라 은퇴 시기가 미뤄질 때 나타날 수 있는 청년과 노인 간의 일자리 갈등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하자는 건 아니고 생산연령이 줄어드는 2025년 이후 하자는 것"이라며 "(이후에는) 노동시장에 참여는 인구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혼잡도가 상대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갈등 해소 등을 위해 정년 연장과 함께 연공제 등의 임금 체계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