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치매 환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1~2등급 판정을 받아 시설급여를 받을 수 있다. 집에서 돌볼 수 없을 정도의 중증 치매 환자가 요양원이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등 시설에 입소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시설급여다. 요양원은 정원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단독주택, 빌라, 아파트 등 집과 비슷한 환경을 갖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수용 인원이 9명 이하로 제한돼 있다. `경증 치매나 건강에 큰 이상이 없음`을 의미하는 3~5등급 판정을 받으면 시설급여가 아닌 집에서 재가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재가급여 수급자는 주·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하거나 집으로 요양보호사가 찾아오는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들의 선택지는 넓지 않다. 괜찮은 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7 보건복지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은 2016년 기준 3137개다. 2015년 2935개에 비해 202개 늘어났지만 좋은 등급을 받은 곳은 입소 대기자가 여전히 수백 명에 달한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 1959곳 중 최우수와 우수 등급을 받은 곳은 186곳에 불과하다. 입소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급증하는 젊은 치매 환자는 요양시설이나 정부 지원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등 역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62세에 치매에 걸린 남편을 돌보고 있는 A씨는 "가능한 요양원은 상당히 멀리 있거나 가봤자 이미 치매 환자로 가득 차 있다"며 "남편은 나이가 많지 않고 신체 기능이 정상이라는 이유로 계속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A씨는 남편을 잠시만이라도 치매안심센터에 맡기려 했지만 3개월 이상 이용할 수 없다는 말에 신청을 포기했다. A씨는 "국가가 치매를 책임진다고 하지만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제한돼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 3~5등급을 받은 노인은 하루 3시간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는 것 외에 별다른 지원이 없어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지역별로 주간 치매노인 보호시설을 늘리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병원과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요양원 사이에 간호서비스 중심의 시설을 늘리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