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하는 노인' 수 1위에 해당하는 한국 노인들의 절반가량은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정부는 내년부터 노인 중에서도 고령층이 대다수인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축소한다고 밝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가운데 44.6%는 가구주의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주의 근로소득이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인 가구는 27.1%였으며, 200만원 이상인 가구는 28.2%로 분석됐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가장 높은데, 일하는 노인의 근로 조건은 열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경제활동 참가율은 35.3%로, 회원국 중 1위다. 이는 OECD 평균인 15.5%의 두 배를 넘는 수치에 해당한다.
고령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50년 뒤에는 우리나라 노인 부양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세계 노년 부양률은 올해 15.1명에서 2070년 32.7명으로 증가하는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24.6명에서 100.6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상황이 이런 탓에 노인연령 기준 상향을 검토해야 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행 65세인 노인연령 기준을 2025년부터 10년 단위로 1세씩 올리는 단계적 방식을 제시했다. 지난 6일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노인부양률은 향후 30~40년간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인 인구 비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금부터 노인연령의 조정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령화와 함께 고령 취업자 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65세 이상 취업자는 345만명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9.5% 증가했다. 지난 2017년 7월과 비교하면 50% 늘어난 수치다.
일하는 노인은 증가하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형 일자리를 6만1000개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를 3만8000개 늘리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편성한 내년 일자리 예산은 총 30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올해 본예산(31조50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4.9%) 줄어들었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 부문인 공공형, 민간형, 사회 서비스형 중 내년 공공형 노인 일자리 수를 54만7000개로 편성해, 6만1000개를 축소했다. 공공형 일자리는 만 60~65세 이상 고령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로, 초등학교 등굣길 안전 보조, 금연구역 지킴이, 환경정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 달 평균 30시간가량 근무한 뒤 27만원을 받는 일자리다. 다만 정부는 민간·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를 3만8000개 늘리고 고용자 고용 장려금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공형 일자리 참여자의 대다수는 '더 늙은' 노인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형 일자리가 줄어들면 생계형 근로를 이어가는 이들은 실직 위기에 놓인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발표한 '2020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통계 동향'에 따르면 공공형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90%가량은 70대 이상이며, 학력으로는 대다수가 초등학교 졸업에 해당한다. 노인 중에서도 고령층인 이들이 대다수인데다가 공인된 사회 경험이 부족해 직업교육훈련 등을 통한 이직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