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A(59)씨는 만성 신부전증과 당뇨, 고혈압 패혈증 등을 앓고 있다. 가족들이 집에서 간병하기 어려워지자 상의 끝에 지난달 1일 A씨는 파주에 위치한 요양병원 입원 수속을 밟았다.
이틀 뒤, 피해자의 아들 B씨는 아버지 A씨의 전화를 받았다. 같은 병실의 치매환자 C씨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B씨는 이런 일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곧장 병원을 찾아 병실을 바꿔줄 것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이곳(폭행이 일어난 병실)이 의료진이 가장 가까이서 관리할 수 있는 병실”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B씨는 “최선을 다해 관리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귀가했다.
그리고 바로 나흘 뒤인 7일 새벽, 급기야 치매환자 C씨가 A씨를 칼로 찌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요양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한 응급조치를 마친 후, 곧바로 일산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옮겼다.
아들 B씨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칼에 6곳을 찔린 상태였다. 목과 턱 가슴과 배 등 치명적인 부위도 다수 있었다. B씨는 장기 일부가 신체 밖으로 튀어나와있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A씨는 8시간 동안 수술을 받은 뒤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아들 B씨는 “병실만 바꾸어 주었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병원이) 방관하여 이런 사고가 일어난게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바로 옆 침대를 쓰는 간병사들은 6군데나 찔릴 동안 뭘 하고 있었길래 그렇게 방치를 했고, 병실 문 바로 앞에 있는 간호사실에서는 뭘하고 있었던걸까”라면서 “요양병원은 치료를 목적으로 보내는 곳이기 때문에 믿고 잘 관리 해달라고 아버지를 맡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술 후 아버지가 ‘밤에 누군가 근처에만 와도 무섭다’고 했다”면서 “밤에 거의 잠을 주무시지 못하고 나만 찾는다”고 한탄했다.
반면 요양병원 측 입장은 달랐다. 병원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B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자신들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폭행 사건 이후 왜 두 환자를 분리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병실을 옮길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면서 “A씨와 C씨 모두 관리 대상에 놓인 환자들이었기 때문에 의료진이 가장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병실에 배정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해당 병실은 간호사실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이어 “폭행이 여러번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날 한 번이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칼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관리소홀과 방관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폭행 사건 당시) 가해자와 보호자에게 같은 일이 한 번 더 발생하면 퇴원조치를 하겠다고 강하게 경고했다”면서 “이 후 의료진은 약 조절 및 수시 관찰 등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어 “낙상 등 병원 측 관리 부주의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면 얼마든 보상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명백한 가해자가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병원 관리 부주의로 몰아 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관계자는 또 “환자 한 명 한 명을 24시간 쳐다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 “그렇다고 개개인에게 독방을 줄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고충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