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간 의료비로 지급되는 건강보험 지출 증가율이 이전 6년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조기검진이 정착되고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인의 건강상태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총 지출액은 2013년에 비해 5.7%(2조3,868억원) 증가한 43조9,155억원이었다. 2005~2011년 연 평균 12%씩 증가하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감소한 수치다. 최근 3년간 평균 증가율도 5.5%에 그쳐 건보료 지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건보 재정은 4조6,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립금도 12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의료급여비의 증가율이 이처럼 떨어진 원인으로 주기적인 건강검진 등 건강 관리 행태의 변화를 꼽았다. 국가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질환의 조기발견과 예방이 가능해져 의료비 지출 증가세가 꺾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 동안 진료비 증가의 주요인이던 만성질환비와 노인의료비 항목에서 진료비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원은 “흡연율 감소와 같은 건강행태 개선과 조기건강검진의 정착으로 큰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민 가운데 건강검진을 받는 수검률은 2007년 60%에서 지난해 74.1%로 증가했다. 암 검진 수검률도 같은 기간 35.4%에서 45.2%로 늘어났고, 이에 따른 암 급여비 증가율은 2007~2010년 연평균 15.7%에서 최근 3년 사이 3.1%로 크게 완화됐다.
의료비 지출증가세가 꺾인 것은 의료기술의 발달과 대기환경의 개선도 큰 이유였다. 보건사회연구원은 그 덕분에 병원 입ㆍ내원 일수가 줄어 들었고, 호흡기와 계절성 질환의 발생 증가세도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건강한 노인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노인 1인당 진료비는 2007~2010년 연평균 9.1%로 증가했으나 2011~2014년에는 3.8%로 증가율이 낮아졌다. 노인 가운데는 상대적으로 젊은 60대가 가장 건강해, 최근 3년 간 1인당 진료비가 오히려 1.4%씩 감소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70대의 1인당 진료비도 연평균 1.7%씩 증가하는데 그쳤고, 80대와 90대 이상 노인의 진료비는 각각 4.9%, 10.6%씩 증가했다.
다만,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와 노인들이 주로 찾는 요양병원의 진료비와 급여비의 증가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치매 진료비는 2011년부터 3년간 연평균 19%씩 증가했고, 요양병원 급여비는 지난해 17.9% 늘었다.
신현웅 연구원은 “건강한 노령화는 진료비 발생시기를 늦출 수는 있지만 노인의료비 발생 최고점은 사망 직전”이라며 “노인도 연령에 따라 예비ㆍ전기ㆍ후기로 나눠 세밀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비 지출 증가율이 둔화한 배경에 최근 경기침체로 저소득층이 병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신 연구원은 “경기침체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중증질환은 보장성 강화 대상이고, 경제적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비율도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