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잘 모시겠다는 조건으로 재산을 상속받은 자녀가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면 물려받은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효도를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작성한 이른바 ‘효도 계약서’가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불효방지법 국회 통과 전이지만 ‘부모 부양’ 각서 있어 반환 판결
2003년 12월 대지 350여㎡ 2층짜리 단독주택에 살고 있던 아버지 A씨는 아들에게 1층을 증여하며 ‘같은 집에서 동거하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해제 등 조치에 관해 일체의 이의나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썼다. 하지만 아들 부부는 2007년 이후 와병 중이던 어머니 간병은 물론 집안일도 돕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들은 어머니에게 요양시설에 입원할 것을 권유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6월 아들에게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할 테니 증여한 1층 집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아들은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아파트가 왜 필요하냐”며 거부했다. 참다 못한 A씨는 아들을 상대로 “증여했던 집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절차를 이행하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아버지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법원은 아버지가 부동산을 넘긴 게 단순 증여가 아니라 아들이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부담부증여(負擔附贈與·민법 561조)라고 봤다. 상대방이 부담하기로 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증여계약이 이행됐더라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는 효도하기로 한 약속을 입증할 각서가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승소할 수 있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22명이 발의한 소위 ‘불효방지법’이 논의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효도 계약서’가 없어도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을 더 쉽게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