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기관은 노인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해 가정으로 복귀시키거나 전문 시설에서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사회적 요양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과 이용자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사진은 부산의 한 요양병원 내부. 김병집 기자 bjk@
딸네 집에 얹혀 사는 김(77) 씨. 젊어서 남편을 여의고 화장품 외판원 등 갖은 고생을 하며 외동딸을 키워 결혼까지 시킨 그였다. 딸은 허리 질환으로 거동이 힘들고 간헐적으로 치매 증상도 보이는 김 씨를 정성껏 모셨다. 그런데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사위가 위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딸은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렵다며 요양시설에 보내려 했다. 김 씨는 펄쩍 뛰었다. 죽어도 그런 곳엔 못 간다며 버텼다. "죽을 고생 다해 키웠더니 이제 거추장스럽다며 버리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 게 아니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이 노인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인생의 10분의 1은 병마에 시달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09년 우리나라 국민이 몇 살까지 살 것 같은지, 즉 '기대여명'을 조사했다. 80.7세로 나타났다. 몇 살까지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지, '건강수명'도 알아봤다. 72.6세로 나타났다. 80세까지는 살 것 같은데 70세 이후로는 온갖 병마에 시달릴 거라는 이야기다.
지난 10년간 6배 이상 늘어 부산 174개로 서울보다 많아 브로커 동원 환자 공급 사례까지 요양시설과 구분 없이 이용도
더 혹독한 것은 대부분 노인성 질환은 잘 낫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른바 만성질환이다. 당뇨병, 관절염, 고혈압, 천식, 디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60대에서는 83.7%, 70대 이상에서는 91.3%가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은 평균 4.1개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정영호 연구원은 "고령자에 대한 복합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현재의 단일 질병 중심에서 새로운 치료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요양기관은 그런 필요에 의해 나왔다. 뭉뚱그려 요양기관이라고 하지만, 기실 두 종류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요양원)이다. 이 둘은 성격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착각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종합병원처럼 의료기관이다.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요양 중 치료에 무게중심이 놓여 있다. 그래서 의사와 간호사, 약사가 상주하고 있으면서 재활치료실이나 약국 등도 함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국내 요양병원은 모두 1천235개. 그중 부산에는 174개, 울산에는 40개, 경남에는 95개가 있다.
요양시설은 의료기관이라기보다 복지시설의 하나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질환이 경미한, 또는 치매 등의 노인을 봉양하는 시설이다. 치료보다는 생활·거주가 목적이다.
그러다 보니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등의 인력이 우선시된다. 건강보험이 아니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적용을 받고, 일정한 심사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전국적으로 4천756개의 시설이 있으며, 그중 부산에는 131개, 울산에는 40개, 경남에는 227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가방식, 출혈 경쟁이 부실 초래
김 씨처럼 '요양'이라는 말만 들어도 기겁하는 노인들이 많다. 실제로 환자 다리가 썩을 때까지 방치했다가 패혈증으로 숨지는 일이 일어나는 등 요양기관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회문제로 비화하는 경우도 간혹 일어난다. 왜 그럴까?
우리요양병원 최옥동 회장은 현행 요양병원의 수가방식을 문제삼았다. 현재 요양병원은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정액제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가를 지급받고 있다. 이러면 같은 등급에서는 환자 상태에 따라 아무리 다양한 치료를 하더라도 요양병원이 얻는 수익은 같다. 거꾸로, 환자에게 투입되는 비용이 증가할수록 병원의 수입은 줄어든다. 최 회장은 "악덕 병원이라서가 아니라, 경영을 위해서는 환자를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