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0시25분께 전남 장성군 삼계면의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 별관 3층짜리 건물에서 불이 나 연기를 들이마신 50~90대 치매 노인 환자 등 21명이 숨진 사고에 대해 이사문 효사랑 요양병원 이사장이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장성/뉴시스
[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 요양병원 구조적 문제 심각 10년새 115→937곳 폭증 의료인력 줄여 수익 유지… 병원쪽 무책임한 안전관리에 정부 감독소홀 겹쳐 `‘3박자’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효사랑 병원) 화재 사고가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진 주된 이유로는 입원 환자를 돌볼 전문 인력의 부족과 병원 쪽의 무책임한 시설관리,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 등이 꼽힌다. ‘수익 추구’라는 경제 논리에 매몰돼 노인 등 약자 보호와 안전관리 등 기본 가치를 뒷전으로 미뤄온 한국 노인요양병원의 구조적 문제, 그리고 사실상 이를 방관해온 정부의 태도가 이번 사고에서도 드러났다는 지적이 많다. 보건복지부는 28일 화재 당시 병원에 의사 1명과 간호사 등 간호인력 11명이 근무 중이었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의 요양병원 야간당직 인력 배치 기준을 보면 입원 환자 200명마다 의사 1명, 간호사 2명을 두도록 돼 있다. 사고 당시 이 병원 입원 환자는 모두 324명이었다. 의료법 기준을 따랐다면 당직의사 두 명이 있어야 했는데, 실제로는 1명밖에 없었다. 화재 등 불의의 사고가 났을 때 입원 환자 보호에 나설 필수 근무 인력조차 확보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소방 등 안전관리 시설도 부실했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 이 병원에는 화재를 빨리 진압할 스프링클러가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기 피해를 막을 제연·공조설비를 갖췄는지는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 인력 부족과 취약한 안전관리는 효사랑 병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0년대 들어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요양병원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이 과정에서 요양병원 개설 허가 기준은 자연스레 낮아졌다. 여기에 정부는 2008년 1월부터 입원 환자 1명당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일정한 돈을 지급하는 ‘일당 정액제’(정식 명칭은 요양병원형 수가제)를 도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병원 4차년도 평가결과’(2013년 2월) 등 자료를 보면, 2004년 115개소 1만4000병상 수준이던 요양병원은 해마다 크게 늘어 2012년 3월 기준으로 937개소 13만4509병상으로 늘었다. 병상만 따진다면 8년 새 10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노인 요양병원의 공급과잉이 심각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 노인 환자 유치 경쟁이다. 일당 정액제 도입 뒤 각 요양병원은 더이상 의료 서비스의 질로 경쟁하려 하지 않았다. 일단 무조건 많은 환자를 끌어들이려 했다. 환자 유치를 위해 일종의 호객행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민권익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비수도권의 한 요양병원 운영자는 매일 아침 회의에서 직원들한테 노숙자나 홀몸노인을 데려오도록 강요했다. 아울러 직원들이 환자를 데려오면 환자 한명당 수십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다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에 적발됐다. 반면 의료인력 등 직원은 최대한 적게 고용하려 했다. 당연히 환자 관리와 병원 운영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이날 논평을 내어 “초기 대응을 적절히 하지 못한 병원과 제대로 된 안전관리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평소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의 무책임 탓에 많은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전정윤 최성진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