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활협동조합 명의를 빌려 개설한 속칭, '사무장 병원'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는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김진철)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A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이사장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의료생협 이사장인 B씨는 2010년 10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을 근거로 비영리법인인 A의료생협을 설립하고 이사장을 맡았다. A의료생협은 이듬해 6월 '대전○○의원'이라는 의료기관(병원)을 개설해 의료행위를 시작했다. 이 의료생협은 2011년 6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의료행위에 대한 요양급여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모두 2억5242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B씨가 '의사가 아닌 자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는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청주지법 충주지원(징역형)과 청주지법(항소 기각)에서 유죄를 받으면서 문제가 됐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지만, 건보공단은 항소심 판결을 근거로 의료생협과 이사장 B씨을 상대로 환수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2억1296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다.
건보공단 측은 “의료법상 강행규정을 회피해 개인 의료기관 개설을 목적으로 의료생협 명의를 사용해 요양급여 비용을 지급받았다”며 “이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또는 부당이득 반환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사법정은 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예외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건 비영리법인이어서 영리 추구로 인한 폐단 발생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지만, B씨는 이사장 신분으로 의료생협 부속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처럼 꾸민 뒤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비용으로 병원을 개설한 점을 들었다.
다시 말해, 개인 의료기관을 운영할 목적으로 의료생협을 설립하고 의료기관을 개설했기 때문에 협동조합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고 국민건강보험법상 의료기관도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국민 보건을 위해 사회보험 원리에 기초해 요양급여대상을 정하고 이에 맞춰 보험재정을 형성한 국민건강보험 체계나 질서에 손상을 가하는 불법행위로, A 의료생협과 B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