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游客)의 힘은 역시 컸다. 중국 춘제(春節) 연휴기간(2월 1~9일) 한국 백화점을 찾은 중국인 방문객 수는 평소보다 2.5~3배 많았고, 중국인 매출은 많게는 170% 이상 치솟았다. 특히 젊은 콘셉트의 중저가 한국 브랜드를 싹쓸이하는 요우커에서부터 고가의 혼수를 한국 백화점에서 장만하는 요우커까지 소비행태도 다양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요우커가 한국 쇼핑의 큰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객단가 1억원까지…혼수 장만도 한국에서=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중국 춘제 연휴 기간 루이비통, 샤넬, 버버리 등 명품 장르는 전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심지어 일부 명품 브랜드는 세 자릿수가 넘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알렉산더 맥퀸, 에밀리오 푸치 등의 제품을 찾는 중국인도 꾸준히 늘었다. 명품에 대한 중국인의 입맛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루이비통, 샤넬 등 해외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토종 의류, 잡화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도 높았다”고 말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한국에서 혼수 장만을 하는 중국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달 24일부터 2월 6일까지 신세계백화점 전체 중국인 매출 비중을 보면 해외잡화 장르의 매출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혼수 예물로 주로 쓰이는 카르티에, 불가리, 반클리프 앤 아펠 같은 주얼리ㆍ시계 장르의 경우 지난해보다 2.5배 이상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얼리ㆍ시계 매출 비중은 중국인 전체 매출 중 60%에 이르렀으며, 객단가도 3000만원에서 1억원이 넘는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여전한 한류 사랑…생활환경으로 진화=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특히 한류의 영향으로 연예인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입고 나온 아이잗바바, 오즈세컨, 미샤 등의 의류 브랜드 매출이 좋았다. 한국 스타를 따라 하는 쇼핑행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춘제 기간 주요 백화점 은련카드 기준 매출 증가율
춘제 기간 주요 백화점 은련카드 기준 매출 증가율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은 한류 스타의 화보를 오려 와 같은 상품을 찾을 때도 있다”며 “같은 상품이 없어도 비슷한 콘셉트의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특히 최근엔 요우커의 한류 사랑이 한국식 생활환경으로 진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중국어 통역 담당 강유리 씨는 이와 관련,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의류, 패션소품뿐 아니라 가구, 생활소품을 원하는 중국인 고객들도 늘고 있다”며 “패션뿐만이 아닌 생활환경도 한국식으로 꾸미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요우커의 입맛이 명품과 중저가의 한국 브랜드 등으로 양극화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중국 춘제 기간 동안 중저가 의류 브랜드 ‘스타일난다’가 구매건수 기준으로 올해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원더플레이스’ ‘라빠레뜨’ 등 구매건수 상위 10위 권에 오른 브랜드 절반 이상이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에 입점한 젊은 콘셉트의 브랜드다.
▶中 여유법에 백화점 웃었다=중국인 상대로 저가 관광상품을 팔거나 쇼핑 강요, 추가비용 청구, 봉사료(팁) 등을 금지하는 중국의 여유법(旅游法) 시행으로 개별 쇼핑이 늘면서 백화점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9일까지 10일간 중국인 매출은 은련카드 기준으로 125% 신장률을 보였다. 특히 중국인은 전체 외국인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으며, 본점의 경우엔 총매출의 25%가 요우커에서 나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춘제 기간에 중국인 매출은 은련카드 기준으로 무려 165%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경우 주말인 지난 1~2일 이틀 동안 중국인 고객은 23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중국인들로 붐벼 1일부터 6일까지 6일간 중국인 은련카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73.8%가 늘었다.
최민도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 현지에서 신세계백화점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과 중국 최대 SNS 채널인 웨이보(微博)의 공격적인 운영으로 예상보다 많은 중국인들이 방문했다”며 “앞으로도 중국인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