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이 되면 어김없이 시청자들을 찾아오는 프로그램이 있다. 2006년 처음 방송된 후 11년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MBC ‘휴먼다큐 사랑’이다. 그동안 재혼 가정의 애환을 담은 ‘뻐꾸기 가족’을 시작으로 마흔 세 가족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방송 후 가족을 떠나보낸 사례도 있었고, 고 최진실과 신해철 등 유명 연예인 가족의 속사정을 전해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올해도 제작진은 긴 섭외 기간과 더 긴 제작 기간을 거쳐 ‘사랑’이라는 주제에 가장 부합할 만한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추렸다.
2일 첫 삽을 뜨는 ‘엄앵란과 신성일’(사진)은 온 국민의 주목을 받으며 축복 속에 부부가 됐지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온 세기의 커플인 배우 엄앵란 -신성일 부부의 사연이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이 다 아는 공식 ‘별거 40년 차’ 부부. 오랜 기간 각자의 삶에 익숙해진 부부에게 사건이 터졌다. 신성일이 엄앵란과 합가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 발단은 지난겨울 엄앵란이 유방암 수술을 받았기 때문. 신성일은 집에서 아내를 직접 간병하겠다고 하지만, 엄앵란의 생각은 다르다. 젊은 시절 신성일의 외도 등으로 받은 상처로 여전히 마음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엄앵란의 얼음장처럼 닫힌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때늦은 구애를 보내는 신성일이 과연 엄앵란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까.
9일 방송되는 ‘러브 미 텐더’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60대 노부부가 주인공이다. 경남 진주에 사는 김명이 씨는 일요일마다 가슴 아픈 눈물의 이별을 한다. 바로 알츠하이머 치매 말기에 접어들어 요양원에 있는 아내 정인나 씨를 떼어놓고 와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통닭 장사, 화장품 판매, 보험 판매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가족을 건사해 온 아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치매. 말기에 접어들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아내는 평생 안 하던 욕설을 입에 담고, 아무 곳에서나 대소변을 본다.
아들과 딸의 얼굴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지만 신기하게 아직까지 남편을 향한 사랑만큼은 잊지 않는다는 정 씨. 두 사람은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약속인 ‘둘만의 해외여행’을 지키기 위해 일본 오사카(大阪)로 향한다.
탈북자 모녀의 사연을 담은 ‘내 딸, 미향이’(16일 방송)는 역대 ‘휴먼다큐 사랑’ 중 가장 긴 제작 기간이 소요됐다. 목숨을 건 탈북, 두 번의 생이별, 그리운 딸과의 재회를 위한 엄마의 기다림 등 3년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겼다.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딸과 그 딸을 건사해야 하는 엄마. 중국에서부터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라오스, 태국까지 이어지는 총 1만㎞의 목숨을 건 여정을 따라가 본다.
이 외에도 국내에서 확인된 단 하나뿐인 ‘소아 조로증’ 환자 홍원기 군의 이야기를 담은 ‘시간을 달리는 소년 원기’와 25년 만에 기적적으로 만나 전 세계에 소개됐던 쌍둥이인 사만다와 아나이스의 삶을 관찰한 ‘사랑하는 엄마에게’가 각각 23일과 30일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휴먼다큐 사랑’을 제작하고 싶어서 MBC에 입사했다”는 조성현 PD는 “남의 삶, 특히 힘들고 굴곡진 삶을 사는 사람들 옆에 있는 것이 쉽지 않다. 그냥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시청자들과 타인의 삶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즐거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