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님과는 의논하셨나요?" 학원장님이 내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아들은 작년에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뒤 올해 졸업하고 현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에 다닌다. 수강생 40명 중 4명만 남성이고, 그나마 20대는 아들뿐이다. 거의가 50~60대인 어른들 틈에서 아들은 불만 없이 잘 다니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의아해했다. "어떻게 대학을 갓 졸업한 자식에게 중년이나 하는 궂은일을 시키려 하느냐"며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단다. 하지만 정작 아들은 불평 없이 따랐다. 아들은 대학 1학년 때 우리 집으로 모신 친정 엄마가 1년간 투병하다가 돌아가시는 과정을 다 지켜봤다. 거동이 불편한 92세 외할머니를 바쁜 엄마 대신 시간 날 때마다 살뜰히 보살펴 드렸다. 방에서 컴퓨터를 하더라도 뒤에 누운 할머니와 이야기했고 손발이 되어주었다. 친정 엄마는 가끔 외손자를 막내아들로 착각했고 둘 사이는 정겨워 보였다.
누구나 아들이 '당당한 직업'을 갖기 원하지만 나는 달랐다. 자식들이 그저 소질대로 살아가길 바랐다. 비록 남들에게 내세울 직업은 아닐지라도 스스로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바랄 게 없다. 좋은 대학 졸업하고도 서른 넘도록 용돈만 겨우 벌며 부모 그늘 아래서 캥거루족으로 남은 자식을 둔 부모들을 가까이서 많이 본다. 나는 아들에 대한 공부 욕심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행복했다. 공부에 큰 소질은 없어도 열심히 노력하는 아들이 믿음직스러웠다.
요즘 청년들은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선호한다지만 나는 아들이 걱정 없이, 그리고 정년 없이 일할 직업을 갖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의 이 선택이 올바른 길이었음을 깨달을 날이 오길 희망한다. 우리 아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