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 세움과비움에서 이번 주 펴낸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다'(오시카와 마키코 지음·남기훈 옮김)도 그렇습니다. 조심스럽지만 강한 목소리로 추천했던 지난해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아툴 가완디)처럼,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숙명을 미리 대비하도록 도와주는 책이죠.
지은이 오시카와 마키코는 방문 간호사. 삶의 마지막을 집에서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이죠. 식도암이었던 아버지를 떠나 보낸 이야기를 포함해, 11편의 체험·목격 사례가 실려 있습니다.
암으로 식도와 위를 절제한 뒤 대장을 잇는 대수술을 받은 아버지.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평소 참을성 강하기로 소문났던 노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지옥이다." 그리고 연명(延命)을 위한 입원과 퇴원의 반복.
일본에는 '재택사(在宅死)'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병원의 차가운 장비에 둘러싸인 채 혼자서 마지막을 기다리는 건 누구도 원하는 죽음이 아니겠죠.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이 결코 아니고, '재택사'가 최선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집에서 노인을 돌본다는 건 가족의 절대적 희생을 필요로 하며, 많은 경우 자식들의 분란이 일어나죠. 요양·상조·병원 등 만년(晩年)에 관한 많은 것들이 산업화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요양병원에서의 말년(末年)을 무력함과 무력감, 외로움과 동의어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집에서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호사(豪奢)가 아닐 겁니다. 지난달 8일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소위 '웰다잉법'이 통과됐습니다. 더는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 결정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죠. 저자 마키코의 이 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언제나 아버지에게 힘내라는 말만 했었지. 이제 됐어요. 편히 쉬어도 돼요. 지금까지 잘해 왔어요. 이렇게 따뜻한 말을 해드리지 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