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이승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80)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치료감호 처분을 했다고 3일 밝혔다.
치매4급 판정을 받은 이씨는 지난해 9월20일 경기도의 한 요양보호시설에 맡겨졌다. 이씨는 입소 이틀만에 같은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던 (56)씨를 자신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결박 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새벽에 자꾸 돌아다니면서 성가시게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씨는 수사과정에서 “죽이고 보니까 내 조차를 죽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가 “피해자가 짐승으로 보였다”고 말하는 등 치매증상을 드러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증거자료를 종합해 볼 때 이씨가 A씨를 살해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지만 처벌을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가 정신병적 장애로 인해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했다는 이유에서다. 고령인데다 10년 전 치매진단을 받고 증상이 악화돼 요양보호시설에 입소하게 된 점 등이 근거로 작용했다.
1심은 “재범 방지를 위해 치료보다는 가족의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며 검사의 치료감호 청구도 기각했지만 2심은 “폭력적 증상 악화를 지연시키거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치료는 필요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치료감호을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