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부산의 한 요양원. 최모(71)씨는 밤 11시쯤 갑자기 옆 침대로 뛰어올라가 다른 환자 목을 졸랐다. 요양보호사가 달려갔을 때 상황은 이미 끝나 있었다. 최씨는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최씨는 2013년 9월 치매 판정을 받았다. 통원 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2월 요양원에 들어왔다.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그는 요양원에서 귀신을 쫓는다며 걸핏하면 지팡이를 휘둘러댔다. 파킨슨병까지 겹쳤다.

살인죄로 기소된 최씨의 재판에서 변호인은 "정상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였지만, 치매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지법은 "최씨에겐 미약하지만 사리 판단 능력이 있었다"며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달 15일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실형(實刑)을 집행해야 하는 검찰이 난감해졌다. 최씨는 거동도 어렵고, 대소변도 못 가리기 때문이다. 최씨는 형집행정지 결정을 기다리며 요양원의 독실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9월 있었던 안성 요양원 살인 사건도 최씨 사례와 비슷하다. 범인인 70대 이모씨는 "버러지가 돌아다녀 손으로 탁탁 두 번 쳤다"고 했다. 이씨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저지른 범죄는 2011년 6만8836건에서 2013년 7만7260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신이상이나 '정신박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가 270건(2013년 기준)에 이른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치매환자의 범죄를 예방하는 일과 범죄 발생 뒤의 격리 방법, 치료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