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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늘어도 요원한 노인건강

  • 민영수
  • 2016-05-29
  • 조회수 198

 


요양병원 늘어도 요원한 노인건강


 


전국 1372곳, 8년새 2배 증가… 의사 1명 담당 진료환자 30명, 열악한 환경 감염병 발병에 취약


지난 4월 서울에 위치한 A요양병원의 환자들이 있는 병동에 들어서자 환기가 잘 되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났다. 환기구는 오래돼 먼지가 수북했다. 한 병실에는 10여명의 노인들이 침상에 누워 있었다. 치매환자와 거동이 불편해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노인들 옆에는 도우미 직원 한 명이 간호사와 세 병동을 살피며 노인들의 식사를 챙기거나 의료지원을 하고 있었다. 그는 “요양병원 재정의 한계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20∼30여명의 환자들을 한꺼번에 돌보다보니 환자를 꼼꼼히 챙기기 어렵고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의 노인들이 많이 몰려 있는 ‘요양병원’의 감염병 관리가 여전히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요양병원은 의사의 치료가 필요해 옮겨온 노인 환자들과 요양시설에 들어갈 수 없는 치매·중풍 환자들이 주로 입원해 있는 곳이다. 병원을 찾는 노인들은 요양시설에 입소한 이들보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더 나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료적 돌봄과 지원이 더 필요한 데도 불구하고 여건 상 관리가 미흡했다.  

◇요양병원, 결핵 등 법정감염병 퍼지면 ‘속수무책’=국내 요양병원은 전국에 1372개소가 운영 중이며, 이는 지난 2008년에 비해 약 2배 정도 증가한 수치다. 환자 수요가 많아지니 병상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지만, 메르스 및 결핵과 같은 감염병이 발생한다면 요양병원은 속수무책이다. 메르스 사망자의 60배가 넘을 만큼 감염위험이 높은 것이 결핵이다. 홍역 역시 감염되면 접촉한 사람 90%가 발병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실제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서는 한 달 동안 4명의 노인이 결핵에 감염됐다. 이밖에도 요양병원에서의 감염병이 발생한 사례는 종종 있었다.  

각종 전염병은 대개 병균과 인간사이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환경이다.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한 대상이 바로 요양병원에 상주하는 노인들이다. 노인 환자가 주로 입원해 있다는 특수성을 감안해 더욱 더 철저하게 관리가 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각종 세균이나 다제내성균 등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은 원내 환경 탓에 노인들은 홍역, 볼거리, 풍진 등 바이러스질환과 감기 천식 등 호흡기질환, 각종 질환에 걸리기 쉽다. 결핵과 같은 법정감염병은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걸릴 경우 치명적이다.

기자가 방문한 병원에서는 꾸준한 소독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같은 병동에 여러 사람이 결핵환자와 접촉해 있다면 공기 간 전염 가능성이 있어 결핵 감염이 삽시간에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즉시 환자를 격리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염병 발생 시 긴급 대처할 수 있는 격리병상도 없는데다, 위기 상황 시 대처 ‘매뉴얼’에 대해 교육을 받은 요양병원 직원들도 드물었다. 급성열성호흡기질환(인플루엔자) 역시 감염위험이 높은 병이다.

정희진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급성호흡기질환의 감염경로는 에어로졸이 가볍기 때문에 기압차나 에어콘 바람 등을 타고 다른 병실로 이동할 수 있다”며 “환자들이 같은 장소에 일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있다 보면 감염환자 발생 시 집단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빠른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사 한 명당 진료환자 ‘30여명’, 환자 안전 누가 지키나=감염병 뿐 아니라 중증의 질병이 발생에도 문제다. 요양병원에는 ‘중환자’들이 많지만, 의료 인력은 턱 없이 부족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 요양병원 의사 한 명당 담당 환자는 평균 30명이었다. 의사 한 명이 환자 70명을 담당하는 병원도 있었다. 간호사 한 명당 환자는 평균 30여명을 돌보는 곳도 태반이었다.  

임채만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는 “2015년부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명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배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요양병원을 포함한 일반 병원들은 전담전문의 배치 의무가 강제 조항이 아니다”며 “환자 위급 상황 시 신속하게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 간호사 인력을 늘릴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곧 환자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보건복지부가 이달부터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최소 의사 수를 2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이 마저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여전히 많은 요양병원이 감염병 대책 미흡, 열악한 시설 환경으로 감염병 발생 등 각종 위기상황에서 속수무책”이라며 “정부가 노인들이 많은 요양병원을 실사하며 이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요구가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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