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자(70·여)씨는 얼마 전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는 “영감도 4년 전에 죽고 특별히 하는 일도 없으니 말수도 줄고 답답했다”며 “아들이 유기견 센터에서 분양받은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치료는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로 나뉜다. 약물 치료는 주로 항우울제를 사용하는데, 혈압, 당뇨병, 관절염 등 만성질환 치료제를 복용하는 노인이 많아 항우울제 복용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항우울제와 노인성 질병에 따른 치료제를 함께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비약물 치료와 활동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심원기(65)씨는 도마뱀 키우는 재미에 빠져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해온 게코 도마뱀과 도마뱀 먹이로 귀뚜라미를 키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는 “회사에서 퇴직 후 많이 우울했는데 손주 녀석이 키운다고 산 도마뱀을 키우는 재미에 빠져 있다”며 “먹이로 키우는 귀뚜라미도 소리가 운치 있어 직접 인터넷을 뒤져보며 열심히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은 얼마 전 왕귀뚜라미 기르기가 노인들 우울증과 인지 기능 개선에 좋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경북대병원과 함께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왕귀뚜라미가 주는 심리·의학적 변화를 조사했다. 왕귀뚜라미를 2개월간 돌본 노인들은 우울증 지수가 3.9에서 3.1로 낮아진 반면 인지기능지수는 26.7점에서 28.1점으로, 정신적 삶의 질 지수는 73.4점에서 78.3점으로 상승했다.
강필돈 국립농업과학원 과장은 “왕귀뚜라미를 통한 노인 우울증 치료를 학술적으로 처음 입증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선태 강남요양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일반적으로 노인 우울증은 사회적 단절 때문인 만큼 다양한 취미활동이나 반려동물 등을 키우는 등 비약물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노인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