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의 한 정신병원 의사는 환자를 끌어오는 대가로 브로커 A(33)씨와 B(47)씨에게 돈을 건넸다. A씨와 B씨는 응급의료환자이송단 등에 문의해 모은 '고객'들을 병원에 소개해 줬다. 이들이 이렇게 받아챙긴 돈은 각 300~800만원대. 수원지방법원은 A, B씨와 돈을 건넨 의사에게 700~800만원의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
29일 법조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신ㆍ요양병원들이 '영리 목적의 환자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의료법(27조 3항)을 어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특히 정신질환자를 상대로 알선 행위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브로커를 쓰는 의료기관은 주로 성형외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의료관광이 늘어나며 합법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소개받을 수 있게 된 성형외과보다는 정신요양병원과 요양병원에 알선 행위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의정부의 한 정신병원 의사도 환자를 유치하려다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응급환자 이송단 소속 유모(53)씨도 경기도 일대 정신병원들을 상대로 환자 유치를 돕고 수수료를 받다 벌금형에 처해졌다. 브로커가 정신질환자를 알선하며 받은 금액은 한 사람당 30~50만원 수준이었다. 이 금액이 의사와 브로커업계에서 통용되는 '적정가격'인 셈.
이처럼 정신ㆍ요양병원의 알선행위가 횡행하는 까닭은 병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요양병원 수는 2005년 1월에 120개이던 것이 8년 만에 10배나 늘었다. 최규진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은 "의료알선은 의료계에서 모르는 바가 아닌데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정부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다는 명목하에 사실상 국가가 '알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의 불법영업에 대한 규제에 소극적이다"면서 "이에 대한 입법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