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이후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7%를 웃도는 약 50만명의 노인이 장기요양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며 채택한 장기요양 시장화 전략이 결과적으로 공공성 가치를 훼손하는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사회연대적 재원 조달만 책임지고 서비스 제공은 민간에 맡겼다. 장기요양 시장을 조성하면, 서비스 제공 기관들이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 질 경쟁을 하면서 공공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낮은 진입 문턱으로 영세 소규모 제공 기관이 난립하면서 장기요양 시장이 서비스 질 경쟁보다는 생존을 위한 정글이 되고 말았다. 이용자와 담합해 본인 부담금을 감면해주고 공단에는 과다하게 부당 청구하는 불법·편법 사례를 비롯해 공공성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이 빈번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장기요양 평가 기간이 다가오면 폐업했다가 다시 설치 신고를 반복하는 기관이 재가서비스 제공 기관의 3분의 1에 달하고, 최근 3년간 노인장기요양보험 부정수급액도 385억여원에 이른다. 심지어 일부 민간 사업자는 왜 자신들에게 공공성을 강요하느냐며 반발까지 한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정부와 국회가 지난해 8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장기요양 사업에 대한 실태 조사를 3년마다 실시해 결과를 공표하고, 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비율에 따라 요양보호사에게 인건비를 주고,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재무·회계 기준을 적용하며, 장기요양요원 지원센터를 설치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일부 영리 민간 장기요양기관 관계자들이 반대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19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이 법안은 폐기된다.
서비스 제공 기관만 탓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사업성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비판이 있다. 서비스 제공 인력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낮은 사회적 인식도 이들로 하여금 공공 서비스 가치를 실현하게 하는 데 장애가 됐다.
공공 재정으로 운영되는 제도에 대해 정부가 제공 기관의 재정 회계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공공복리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명한 소통과 합리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초고령사회가 10년 뒤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