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 ‘엉망진창’, ‘침몰하는 타이타닉’…. 한 민간 재활의학병원장이 국내 재활의료의 현실을 표현한 단어다.
지난 2일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과 대한재활의학회가 주최한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재활의료체계 확립 방안은?’ 토론회에서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 박인선 원장은 ‘재활의료의 현실과 문제점’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 재활의료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인선 원장은 국내 재활의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환자 방치’를 지목했다.
박 원장은 “급성기 병원에서 충분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퇴원하고, 그 후에는 병원을 전전하는게 우리나라에서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현실”이라며 “치료를 제때 못 받거나 장애가 완전히 고착화돼 더 이상 할 게 없는데도 환자로 남아 있기도 한다”고 말했다.
급성기 질환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에선 재활 환자가 2~3개월 이상 입원할 경우 보험급여 삭감 등 병원 경영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퇴원시키려고 하고, 반대로 재활 관련한 보험수가 적용이 가능한 요양병원에서 최대 2년까지 환자를 입원시키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박 원장은 요양병원들간 입원환자 빼가기 경쟁을 보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박 원장은 “효율적 재활치료는 물 건너갔다. 국민에게 불필요한 재활치료가 늘고. 장애 환자는 고착화되고 있다”며 “요양병원 병상 당 수가가 재활병원의 1.3~1.4배 가량이다. 재활병원을 할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진정한 재활병원의 역할은 다친 환자의 장애를 최소화해서 빨리 사회로 돌려보내는 파수꾼이다. 하지만 지금은 장애를 만들고 있다”며 “현재 요양병원, 재활병원은 블랙홀이다. 한번 환자가 들어가면 나오지를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장에 이어 ‘국내 재활의료의 활성화 방안’이란 주제를 발표한 분당서울대병원 신형익 재활의학과 교수도 “현재 국내 재활의료의 문제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경제적 부담 등으로 재활치료 못하는 사람이 많다. 두 번째는 여러 병원을 돌면서 복귀가 지연되는 경우”라며 “상반된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는 (재활의료)시스템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뇌졸중 환자의 30% 정도만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는 등의 예를 들며“재활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못받고 있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시스템 육성, 특히 재활의료기관 또는 전문 재활병동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는 재활치료는 있지만 재활의료기관은 없다”며 “상급병원부터 요양병원까지 그 역할이 산재돼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활의료의 핵심요체인 다학제적 팀 접근은 꿈도 못꾼다”고 말했다.
이어 “재활의료기관이 생겨야 재활의료 전달체계가 정립된다”며 “중증의 외상이나 질병 발생 후 의사, 물리치료사 등이 포괄적 치료를 통해 신체기능을 회복시켜 집과 직장으로 복귀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는 일선 재활의학과에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가 등 공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재활의료기관이 반드시 병원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수가나 환자 수, 지원 문제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은 알고 있다. 때문에 각 의료기관들이 재활병동을 운영하게끔 해서 여기에 수가와 인력 등을 지원하고 이를 인증 평가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활의학계의 문제 지적 및 개선요구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최근 재활문제가 장애 관련 부서에서 공공보건 부서로 넘어 왔다. 이는 앞으로 재활의료체계 전반을 공공의료와 같이 생각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인 것”이라며 “향후 재활의료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미진한 부분은 체계를 만드는 등 재활의료전달체계 수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새누리당 심재철, 이인제, 정의화, 정우택 의원을 비롯해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김용익, 최동익, 김춘진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도 자리해 재활의료에 대한 개선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