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노인 부부 중 아내가 온몸을 둔기 등으로 맞고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살 어린 남편은 “아내가 자해했다. 기억이 안 난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ㄱ씨(85)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는 ‘아내가 자해했다’고 했다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다”며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지난 주말 이후 ㄱ씨 집에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어 정황상 ㄱ씨가 살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ㄱ씨는 지난 9일 오전 8시10분쯤 부평구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 ㄴ씨(87)를 둔기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ㄴ씨는 평일 오전 방문하는 요양보호사에 의해 발견됐다. 요양보호사는 “ㄴ씨는 안방 이불 위에 머리에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ㄴ씨와 함께 아파트에 있던 ㄱ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ㄴ씨가 사망한 날로 추정되는 지난 7·8일 ㄱ씨 집에 외부인 출입 흔적이 없고, 집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둔기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ㄱ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ㄴ씨는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맞았고, 우측 늑골과 등뼈, 척추 등이 부러진 것으로 밝혀졌다.
ㄴ씨는 4년 전부터 치매를 앓았고 거동이 불편해 화장실도 기어서 다녔다. ㄱ씨도 병원에서 판정을 받은 적은 없지만 가족들은 최근 치매 증상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ㄴ씨는 25세 때 ㄱ씨와 결혼해 62년간 살았으며, 9남매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