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6일 충청북도 청주상당경찰서에 치매 노인 A씨가 실종됐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GPS 배회 감지기를 통해 노인 위치를 확인하고서 신호가 잡히는 현장으로 출동했다. A씨는 청원구 오동동 배수로에 빠져 추위에 덜덜 떨며 웅크리고 있었다. 경찰은 A씨를 차에 태워 10㎞ 떨어진 집으로 무사히 데려다 줬다. 치매 노인 실종 신고 접수부터 발견, 보호자 인계까지 20여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청주상당서가 지난해 11월 전국에서 최초로 GPS 위치 추적에 기반을 둔 '치매 노인 실종 예방 원스톱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이었다.
제49회 청룡봉사상 ‘신상(信賞)’을 받게 된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정영호 경사는 “집을 나간 치매 노인을 찾는 데 많은 시간과 경찰력을 허비하는 게 안타까워 GPS를 이용한 ‘치매 노인 실종 예방 원스톱 시스템’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신현종 기자
청주상당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정영호(44) 경사는 2013년 11월부터 실종자 수색 업무를 맡아왔다. 정 경사는 지난해 3월 산에서 실종된 치매 할머니를 찾는 데 무려 경찰 120명이 동원돼 3~4시간 동안 수색하는 것을 겪고서 고민을 시작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이렇게 많은 경찰이 사람 하나를 찾는 데 투입되는 것은 인력 낭비가 아닌가 싶었다"면서 "GPS 장비를 활용하면 소수 인력으로 치매 노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치매 노인에게 GPS 배회 감지기를 보급해 실종 신고가 들어왔을 경우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GPS 배회 감지기 가격 20여만원에 매달 통신비도 별도로 내야 한다. 치매 노인이 소지하고 다니기에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묻힐 뻔한 정 경사의 아이디어는 지난해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 덕분에 빛을 보게 됐다. 종전까진 장기요양 1~3등급만 GPS 배회 감지기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법 개정으로 4~5등급 노인도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1~2등급은 거동이 불편해 실종될 가능성이 적고 주로 4~5등급을 받은 치매 노인이 실종되는 경우가 많다. 정 경사는 복지부에 관련 내용을 문의해 '치매 노인 실종 예방 원스톱 시스템' 제안서를 경찰서장에게 제출했고 청주상당서는 곧바로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청주상당서 담당 지역 치매 노인 52명이 GPS 배회 감지기를 지니고 있다. 청주상당서는 GPS 감지기 덕분에 지금까지 실종 노인 10명을 찾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실종 치매 노인 1명을 찾기 위해서는 평균 경찰 20명이 투입돼 4시간을 수색해야 하지만 원스톱 시스템 도입 이후 경찰관 2명이 평균 10여분이면 수색이 가능해졌다. GPS 위치 추적은 대상자를 반경 10m 범위에서 찾아낼 수 있다.
경찰청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월부터 전국 16개 지방청, 250개 경찰서에서 '치매 노인 실종 예방 원스톱 시스템'을 동시에 도입·시행하고 있다. 정 경사는 "앞으로도 아동·노인 등 약자를 위한 경찰 시스템 개선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