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씨(61·대구 달서구 진천동)는 치매증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87)를 모시기 위해 동네에서 시설이 좋기로 유명한 노인 요양시설을 찾았다. 아내와 일찍 사별하고 노모를 돌봐줄 형제도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정씨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정원 62명이 꽉 차 입소 신청을 못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소규모 시설 2곳을 방문했지만 어머니를 편히 모시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해 보였다. 좋은 시설에는 들어갈 수 없고, 입소가 가능한 곳은 시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허탈해 했다.
대구지역에서 노인요양시설의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의 규모나 운영 주체에 따라 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에는 노인요양시설이 모두 253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129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은 곳은 대기 인원이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규모가 작을수록 시설이 낙후되거나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원 6~9명인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대부분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의 김모 원장(49)은 “최소 직원 5명으로 시설을 운영할 경우 100만~150만원의 임대료, 인건비 750만원, 난방비 50만원 등을 지출하고 나면 원장 손에 남는 돈은 200만원”이라고 하소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국내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시설평가를 실시한 결과, 9인 이하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 63.2점인 반면 30인 이상의 노인요양시설은 80.8점으로 조사됐다. 시설 규모가 작다보니 재투자가 어렵고 자연스럽게 시설 낙후, 수용 인원 감소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노인요양시설 대부분이 민간시설인 탓에 비영리 법인이나 지자체 설립 시설에 비해 질적 수준이 낮다고 지적한다. 소규모 노인요양시설은 중·대규모 시설보다 직원이 적고, 건물형태도 여러 업종이 복합적으로 운영되는 공동 건물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양질의 서비스 확보가 가능한 적정 규모 이상의 노인요양시설 모델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노인 요양 민간시설이 난립하면서 이윤 상황이 어려워진 시설은 비용절감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지방정부는 노인 요양 시설 수요를 파악해 이 같은 시설의 설립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