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새해 연설에서 양극화 해소와 저출산 문제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우리나라의 복지재정 규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정에서 복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나라 경제의 감당능력과 국민들의 선호도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적정 수준을 가늠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장 최신 자료인 2001년 공공복지지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국 가운데 최하위이며, 이들 국가 평균인 21.2%의 3분의 1에도 못미친다. 전통적인 복지국가인 유럽국가들은 스웨덴 28.9%, 덴마크 29.2%, 프랑스 28.5% 등이며, 복지지출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과 일본은 각각 14.8%, 16.9%다. 멕시코와 터키도 각각 11.8%, 13%였다.
물론 각 나라의 복지지출을 이렇게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나라마다 소득수준과 인구구조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복지재정 규모는 너무나 작다.
주요 선진국들이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한 시점은 1980년 안팎이다.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 23개국의 복지재정 규모는 국내총생산 대비 17.9%였다. 이때 미국과 일본은 각각 13.3%, 10.2%였다.
복지지출은 주로 노인들에게 많이 지출되기 때문에 65살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도 관건이 된다. 이번에 작성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는 고령화 정도를 감안해서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복지지출에 너무나 인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분야별로 보면, 특히 노인. 아동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선진국에 견줘 부족하다. 또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연금 등 사회보험제도가 외형을 갖췄으나 광범위하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이 매우 낮다는 점에 대부분 의견이 일치하지만, 앞으로 복지지출의 전망과 관련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과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사회보험의 성숙화 등으로 복지지출이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추가적인 복지지출에 신중할 것을 주문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좀더 빠른 속도로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획예산처는 현재 국책연구기관들과 함께 장기 복지재정 소요를 추정하고 있는데, 그 결과는 다음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은 "우리나라 복지재정 규모는 현재 절대수준이 낮지만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부분이 있는 만큼 향후 변화 추이는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지금까지 인색했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한편, 방만하게 운영되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개혁해야 복지재정이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30년 뒤 복지지출에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이르고, 빈곤층 지원예산은 20%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