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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 5년 진단] 환자 집 농사일·빨래까지… 고달픈 요양보호사

  • 민영수
  • 2013-09-22
  • 조회수 655

경북 한 농가에서 하루 4시간씩 어르신을 수발하는 A요양보호사. 그녀는 출근 후 제일 먼저 개똥부터 치운다. 개를 열댓 마리 기르는 집이어서 누워있는 환자 수발보다 보호자의 부업인 개 사육을 돕는 게 첫 번째 업무가 됐다. 강원도의 B요양보호사는 지난해 가을 수급자네 콩타작을 거들었다. 보호자인 아들은 “아버지가 하루 종일 누워 있으니 식사만 드리면 된다”며 자꾸 농사일을 시켰다. C요양보호사는 틈만 나면 나무젓가락을 종이에 끼워야 했다. 가족이 나무젓가락 포장일을 했기 때문이다. 출가한 아들·딸의 밑반찬을 만들어 배달한 일도 있다.


각지의 요양보호사들이 전국요양보호사협회(회장 석명옥)에 털어놓은 하소연들이다. 석명옥 회장 본인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2011년 2개월쯤 대구에서 방문요양을 한 그는 “식당일을 거들어 달라”는 보호자의 요청을 받았다. 석 회장은 “나는 ‘우리 업무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지만 일자리가 걸려 있는데 많은 경우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수급자가 ‘맘에 안 든다’고 하면 문자 한 통으로 해고되는 게 요양보호사다. 요양보호사들이 웬만하면 참고, 요구를 들어주다가 답답해지면 협회로 전화해서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신체 및 가사활동을 돕는 사람이다. 가사활동이 포함된 이유는 먹고 마시고 씻는 일상을 돕자면 요리, 빨래 등이 포함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가사지원이 가족 전체의 빨래, 요리, 청소는 물론이고 농사일과 부업 돕기까지 무한정 확대되는 부작용도 생긴다. 가족의 요구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작 수발을 받아야 할 환자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경기도의 한 요양시설 대표는 “현실적으로 요양보호사의 업무영역이 모호한 게 사실이고 경쟁이 심하다 보니 무리한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다 보니 진짜 중요한 서비스, 환자들의 운동이나 신체수발에는 시간을 못 내는 경우까지 생긴다”고 지적했다.


 


입소시설에서도 요양보호사는 주방일부터 간호사 업무까지 갖가지 업무에 불려 다니는 경우가 많다. 석 회장은 “목의 가래를 뽑거나 요도로 소변을 빼내는 것 같은 의료행위는 반드시 간호사가 해야 하는데 회원 요양보호사 중에는 직접 한다는 이들이 많다”며 “환자의 안전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돈 벌이에만 관심 있는 불량시설들이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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