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뒤 은퇴한 박모(85)씨. 10여 년 전부터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았다. 노부부가 다정하게 진료실에 오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그러나 건강하던 부인이 6년 전 치매에 걸렸고, 상태가 나빠져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혼자 병원에 왔다. 그는 “다른 것은 잘 모르는 아내가 남편인 나를 알아보는 것이 신기하다”고 자랑하곤 했다.
남성 건강, 배우자 영향 커 독신남, 기혼보다 질병위험 2배 이혼한 남자 사망률 37% 높아 불행한 결혼은 독신보다 못해
하지만 재작년 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 그의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고령의 영향도 있겠지만, 배우자를 잃은 충격이 건강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약물로 비교적 잘 조절되던 혈압·혈당 등이 잘 조절되지 않고 있다. 환자 중에 박씨와 같은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배우자와 함께할 때는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가 배우자가 떠난 뒤로 건강이 급속히 악화하는 것이다.
노인학의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의 하나가 ‘성공적인 노화’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인 루이스 터먼 박사는 1921년부터 2001년까지 80년 동안 미국인 1500여 명을 추적 관찰하면서 장수에 대해 연구했다. 이것이 유명한 ‘터먼 연구(Terman study)’다. 터먼 연구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성실성과 장수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