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업 능력 개발을 위해 직장인에게 지원하는 요양보호사 과정 교육비가 당국의 허술한 감독 탓에 줄줄 새고 있다. 학원이 교육비를 기준 이상 청구하는데도 주무 부처인 노동부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지원 기준인 수강생 출석률 관리가 엉망인데도 감독 기관인 보건복지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있다.
요양보호사 과정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요양 서비스를 위해 2008년 2월 국가자격제도로 도입됐다. 노동부는 수강지원금제도에 따라 학원에서 이 과정을 수강한 사람에게 수강료 전액(비정규직)이나 80%(정규직)를 지원하고 있다. 직장인이 학원에 수강료(통상 40만원)와 실습비(통상 10만원)를 내면 노동부는 학원으로부터 증빙 서류를 받아 수강생에게 수강료만 돌려준다.
18일 관계 기관 등에 따르면 2008년 8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후 수요 증대를 예상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학원 중 상당수가 불법적으로 수강생을 유치하고 있다. 수강생은 노동부 직업능력개발지원규정에 따라 수강료만 환급받고 실습비는 내야 하지만 학원은 수강료에 실습비까지 얹어 노동부에 신고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강생이 실습비를 안 내도 되기 때문에 학원은 교육생을 수월하게 모집할 수 있다.
한국일보가 전국 11개 학원(서울 6곳 포함)의 실습비 본인 부담 여부를 조사한 결과, 6개 학원이 ''실습비 무료'' 조건으로 수강생을 유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8년 2월부터 작년 말까지 전국 777개 학원에 지원된 국고는 858억원(수강생 26만8,000명). 본보 조사대로 학원 절반 정도(429억원)가 허위 청구했다면 100억원에 가까운 나랏돈이 불법 행위 탓에 수강생 13만여명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 학원에 문의만해도 알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허위 청구했다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런 학원이 있겠느냐"는 반응이었다.
또 수강료를 돌려받으려면 수강생은 교육 시간의 80%를 의무 출석해야 하지만 학원의 눈가림 속에 ''유령 출석''이 횡행하고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수강비만 챙기면 되는 학원이 이를 철저히 지킬 리 만무하다"고 털어놓았다. 감독 부처인 복지부는 작년 말 이를 점검했으나 실태는 개선되지 않았고 서울시는 아직 점검조차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