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 할머니(80)는 과거 아들 내외와 살던 기억이 고통스럽다. 며느리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일쑤였다. 20대인 손자가 뒤통수를 때리며 학대하기도 했다. 온 몸엔 멍 자국이 났다. 자살을 결심해 넥타이로 목을 맸지만 끊어졌다.
A 할머니는 경찰을 찾아가 "손자에게 맞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면서 "집은 절대 들어가지 않을 작정이니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노인보호소에서 생활하는 그는 현재 아들 내외와 연락을 끊고 있다.
#2.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B 할머니(70)도 자살을 결심한 적이 있다. 아들의 사업실패와 사기피해로 모아 놓은 재산이 날아가면서부터다. 그녀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해졌고 우울증에 빠졌다. 올해 초 낮잠을 자다 벌떡 일어나 7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 했지만 이를 본 막내딸이 말렸다.
B씨는 "당시 우울증으로 몸도 마음도 정상이 아니었다"며 "너무 고통스러워 죽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말했다.
B 할머니가 경기도 남양주 자살예방센터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노인자살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4.7명(2009년 기준)에 달한다. 특히, 80세 이상 자살률이 152명으로 전체 자살률의 5배가 넘는다. 65세 이상도 85.7명으로 조사됐다.
QPR 자살예방연구소 육성필 소장은 "노년층의 자살 증가 원인은 정서적인 소외감이나 고립감, 경제적인 어려움, 신체적인 질환이나 질병 등을 들 수 있다"며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사회 전체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노인자살 문제가 심각해지자 각 지방자치단체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는 자살 위험성이 높은 대상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자살예방지킴이''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고 있고, 부산시는 지난 2월에 24시간 상담을 지원하는 ''자살예방센터''를 개소했다.
전국 16개 시·도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충청남도는 38억여 원을 투입해 지난 4월 ''광역정신보건센터''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에서는 자살문제를 관리하고 상담업무를 전담하는 ''자살예방 위기관리팀''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정신장애인의 재활과 사회복귀 업무도 담당한다.
한편, 발 빠르게 움직인 지자체도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전국지자체 중에서 최초로 노인자살예방센터를 18개 설치한 데 이어 올해는 31개 시·군으로 확대했다. 센터에서는 전문 상담사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찾아가 살피고, 상담이 필요하면 선별해 관리한다.
출처=조선일보DB
도는 노인자살 예방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의 자살을 막기 위해 ''무한돌봄 생명사랑 프로젝트'' 계획을 지난달 18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팀 단위의 광역정신보건센터 위기관리팀을 광역자살예방센터로 격상시키고 도내 자살예방업무를 전담 실시하기로 했다.
경기도 정승봉 보건복지국장은 "그동안 분야별 전문가회의를 거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자살 대책을 마련했다"며 "자살예방에 대한 법과 제도, 시스템 등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자살률을 낮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