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을 혐오시설이라고 주장하며 건축공사를 방해하고 반대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주민대표에 대해 법원이 업무방해죄, 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본지가 제39호(3면), 제43호(2면)에 연속보도한 광주 ‘인애동산’ 사건에 대해 최근 광주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이다. 이번 판결은 최근 노인요양시설과 노인병원 등 노인복지시설 건립을 둘러싸고 전국 각지에서 빚어지고 있는 주민과 시설 측간 마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장정희 판사는 8월 10일 노인요양시설 건축공사를 방해하고 반대시위를 주도한 혐의(일반교통방해, 업무방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원모(60)씨와 김모(61)씨에 대해 각각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장 판사는 판결문에서 “노인요양시설 ‘인애동산’이 혐오시설이라고 주장하면서 건축공사를 방해하고 반대시위를 주도한 인근 주민 대표자들에 대해 업무방해죄, 공무집행방해죄 등이 인정된다”며 선고이유를 밝혔다.
장 판사는 “원씨와 김씨는 자신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인근에 자리한 사회복지법인 인애동산이 지난해 8월 7일 노인전문요양원 건립공사를 시작하자 혐오시설이라고 주장하면서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인애동산 노인전문요양원 신축이전 추진위원회’를 구성, 30여 차례에 걸쳐 불법시위 및 업무방해를 했다”고 덧붙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씨와 김씨 등은 주민들과 함께 지난해 9월 28일~10월 18일 사이 인애동산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재활원, 유치원 앞에서 10차례에 걸쳐 꽹과리, 징, 페트병 등을 두드리며 구호를 외쳐 시설의 교육업무를 방해했다.
판결문은 또 “원씨와 김씨 등은 지난해 9월 25일~10월 10일 사이 인애동산 노인전문요양원 공사현장에서 주민 20~80여명을 동원,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노래를 ‘치매노인은 아무나 하나’로 개사해 부르는 등 14차례에 걸쳐 연좌농성을 벌여 업무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김씨는 지난해 10월 23일 광주 남부경찰서 경찰관들이 불법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원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려하자 주민 50여명과 공모, 경찰관 2명을 때리는 등 경찰관의 현행범인 체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판결문은 “원씨와 김씨 등은 지난해 10월 17일~11월 3일 사이 광주 남구청 정문 앞 인도에 집회신고를 내놓고, 남구청 안 주차장까지 들어가 꽹과리, 페트병, 북을 두드리는 집회를 주최하는 등 12차례 걸쳐 집회장소를 이탈했다”고 밝혔다.
광주지법 공보관 최인규 판사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지나친 편견으로 인해 발생한 님비현상(자기 지역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현상)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대표 변호인측이 “이 사건에 대해 항소했다”고 밝혀 항소심을 다루게 될 광주지법 합의부의 판결에 또 다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