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며칠 전 서울에 회의가 있어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앉을 자리가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밖에 전경도 볼겸 창가 쪽에 기대어 목표 지점을 향하고 있었다. 가던 중 곁에 어렴풋이 열차 손잡이를 잡고 가는 두 명의 어르신들을 보게 됐고 순간 손잡이를 붙잡고 가고 있는 어르신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자리양보도 안하고 참 버릇없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앉아있는 사람을 보는 순간 가벼운 충격을 받게 되었다. 그 앞에 앉아있는 사람도 같은 연배의 노인이었던 것이다. 순간 얼마 전 공익광고를 통해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 속도를 얘기하면서 현재의 일반석이 앞으로 경로석이 될 거라는 내용이 연상됐다.
우리는 지하철의 경로석하면 연상되는 것이 지하철 한 구석에 3명정도 앉아서 갈 수 있는 좌석을 연상하게 되고, 이것이 일반인들이 연상하는 경로석의 패러다임인 것이다. 하지만 인구사회학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패러다임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변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를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라고 일컬으며 모든 발상을 근본적으로 변혁하여 모방이 아닌 창조성을 발휘하는 혁신 문화를 필요로 하는 경제·산업 사회가 요망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노인복지 현장 또한 선별적이고, 시혜적인 서비스가 아닌 보편적이고 창의적인 서비스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이번 6·2지방선거 결과는 시정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희망하는 시민들의 희망이자 의견의 표현일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새로운 당선자의 공약집에 담아내야 하며 실천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노인복지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장 실천가로서는 새로운 당선자의 노인복지 분야에 대한 공약을 보면은 그 대상이나 서비스 내용이 독거 어르신이나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과 같은 시혜적이고 선별적이며, 공약 프로듀서가 노인복지에 대한 시대적이고 지역적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물론 사회소외계층이나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다는 측면이 있겠지만 복지 서비스에 대한 창의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적으로 현장의 어르신들의 보충적 생계 지원을 위한 일자리 사업이 지나치게 공익형이나 복지형에 치우치고 있다. 아침마다 길거리를 청소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면서 거리가 예전보다 깨끗해졌다고 느끼지만, 근본적인 생계 지원이나 원조를 위해서는 시장형이나 창업형과 같은 능동적이고 자본과 가치창출적인 사업으로 전환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복지형으로 실시되고 있는 노노홈케어 사업의 경우 건강한 어르신들이 신체적으로 원조가 필요한 어르신들을 케어하는 사업이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로서 의미가 있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등급외자에 대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형태로 연동이 되어질 때 그 사업의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노인일자리사업이나 장기요양서비스 사업이 별개로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화되어야 한다.
기존의 노인복지기관의 프로그램이 누구나 기획할 수 있고, 지역의 문화센터와 같은, 아니 그보다도 못한 프로그램 콘텐츠의 한계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대안 없는 문제 제기는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사회복지 전문가들에 의한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프로그램과 정책 개발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