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요양병원들은 오는 4월부터 개편된 입원료 차둥수가제 시행을 앞두고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확보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방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가뜩이나 간호사 구인난이 심각한데 상대적으로 업무 난이도가 높고 근무환경도 열악한 요양병원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들이 취업을 더욱 꺼리는 탓에 인력확보가 만만치 않다.
지방의 한 요양병원장은 "대학병원 수준의 임금을 제시하면서 간호인력 구인에 나섰지만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다가 오는 4월부터 개편된 차등수가가 시행되면 감산율을 적용받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12월 초 요양병원 300여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지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벌집을 쑤신듯 발칵 뒤집혔다.
전체 요양병원의 40%를 대상으로 현지 실태조사를 벌인 것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데다 조사 대상 병원 중 122곳에서 의료인력 등의 편법 운용해 급여비를 부당청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요양병원의 이미지를 구겼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는 작년 말 요양병원의 인력과 시설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법개정을 추진하려다 병원계의 반발에 떠밀려 이를 완화하는 쪽으로 한걸음 물러섰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볼 때 복지부가 수가 개편과 인력 및 시설기준 강화를 앞세워 우후죽순마냥 생겨난 요양병원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로 요양병원계는 수가 개편과 인력 기준 강화 등으로 올해 안에 상당수 요양병원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요양병원이 최근 3~4년 사이에 겉잡을 수 없는 과잉공급 상태에 접어든 배경으로 복지부의 정책 실패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부는 지난 2000년 국내 노인 인구가 7%를 넘어서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하자 요양병원 인프라 확충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를 위해 지난 2002년부터 해마다 수백억 원을 투입해 요양병원 건립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지방 중소병원 중 요양병원으로 기능을 전환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소요비용의 50%를 지원했다.
그 결과, 요양병원 수는 2005년 1월 120개에서 2006년 1월 215개, 2007년 1월 379개, 그리고 올해 1월 기준으로 760여개 소로 불어났다. 최근 5년간 6배 가까운 기록적인 증가세를 기록한 셈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최근 벌어진 일련을 상황을 놓고 "복지부는 병상 수급계획에 따라 요양병원 병상 수를 적정 규모로 유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병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막지 못했고, 수급 통제 기능을 상실해 이런 문제를 촉발시켰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요양병상 수급 계획을 잘못 세운 탓에 작금의 과잉공급 사태가 빚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와 요양병원에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간접적인구조조정을 실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정책 실패 사례를 노인의료 공급자인 요양병원의 책임으로 전가시켰다"는 요양병원협회의 비난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협회의 지적처럼 복지부가 요양병상 수급 계획을 잘못 세웠다는 데 동의하는 보건의료 전문가들도 분명히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복지부는 최근 발표한 ''지역거점공공병원 발전계획안''을 통해 진료 여건이 좋지 않은 공공병원을 요양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했다.